김효주에게 아빠란 "호랑이 선생님이자 친구"
부친 김창호 씨(67세), "막내딸 효주도 가정을 꾸렸으면"

골프 천재로 불리는 김효주(30)가 전남 해남군 파인비치 골프 링크스에서 아버지 김창호 씨와 함께 환한 얼굴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애교란 1도 없는 딸 김효주, "아빠는 예전엔 호랑이, 지금은 친구같은 존재"
전남 해남군 화원면 바닷가에 자리잡은 파인비치 골프 링크스. 어두운 구름을 잔뜩 머금은 흐린 금요일 오후였는데도 세계적인 선수들이 뿜어내는 샷의 향연을 즐기기 위해 수 많은 갤러리들이 들어찼다. 어제 1라운드에서 9천 7백 명이 넘는 관중이 들어왔고, 오늘(17일) 2라운드도 9천 명이 넘는 구름 관중이 몰렸다. 마지막 조에서 김세영, 린디 던컨과 함께 라운드를 시작한 골프 천재 김효주는 안정된 샷을 바탕으로 4개를 뽑아내 합계 13언더파로 공동 3위에 자리했다. 김효주가 후반 첫 홀을 치는 동안 아버지 김창호 씨와 만나 골프 천재로 불리는 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지난 2015년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LPGA에 진출한 김효주 곁엔 늘 아버지 김창호 씨가 있었다. 때론 매니저로 때론 짐꾼으로 김효주 프로와 함께 대륙을 누비던 김창호 씨. 코로나로 LPGA 시즌이 중단될 때까지 약 8년 가까이 딸의 옆에서 운전기사 노릇, 요리사 노릇, 빨래까지 도맡아 했던 헌신적인 아빠에 대해 딸 김효주는 어떤 마음을 갖고 있을까?
"아빠는 호랑이 같은 분이었지만 지금은 친구 같은 아빠 같아요. 미국에 처음 갔을때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시니까 시차 적응도 힘드시고 아무래도 계속 이동해야 되니까 저 같은 경우는 어렸고 뭣도 모르고 그냥 차안에서 어둠 속에서 자고 그랬는데, 아마 아버지는 많이 힘드셨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매니저 역할이 끝나고 한국에 오신 이후로는)너무 편해 보이시던데요? 얼굴이 아주 행복해 보이세요. ^^"
과연 김효주 다운 유쾌하고 발랄한 대답이었다. 유독 아빠한테는 애교도 없는 무뚝뚝한 딸이지만, 필드 위에선 누구보다 밝고 명랑한 긍정의 기운이 넘치는 김효주 프로. 국내 KLPGA투어 14승에 LPGA 7승 등 프로통산 22승에 빛나는 골프 천재 김효주의 전성기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는데, 이제 만 30살을 넘어간 딸의 모습을 바라보는 아빠의 마음속엔 무언가 다른 바람이 꿈틀대고 있었다.

김효주 프로의 아버지 김창호 씨가 해남 파인비치 골프 링크스 10번 홀에서 딸을 응원하고 있다.
■ 8년의 헌신을 끝내고 자유인으로 돌아온 아빠의 바람은?
LPGA 대회가 끝나면 딸은 비행기 태워서 다음 대회가 열리는 지역으로 먼저 보내고 아빠는 조금이라도 비용을 아끼기 위해 렌트카를 몰고 9시간이고 10시간이고 밤길을 달려 차를 몰았다. 데뷔 첫해인 2015년 파운더스 컵 우승을 시작으로 8년 가까이 미국 생활을 함께하며 2승을 거두는 동안 아빠는 늘 딸의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자 친구같은 존재로 함께 울고 웃었다. 그런 아버지도 이제 백발이 성한 어른이 되자 딸의 안정된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다.
"인간성 좋고 가족을 평생 책임질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춘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사업 같은거 한다고 겉멋든 사람보다 건실하게 내 식구들 아끼고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죠. 요즘은 세대가 변해서 어떨런지는 모르겠지만 바람이 있다면 건실한 사람 만나서, 이제 내가 자꾸 나이가 드니까 좀 빨리 (시집을)갔으면 좋겠어요. 부모는 연로해 가니까 자기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아빠의 이런 바람과 달리 아직 김효주 프로는 아직도 골프가 너무 좋다. 남자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골프에 푹 빠져 산 김효주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보다 골프를 향한 열정이 압도적으로 커보였다. 김효주의 인생을 골프에 비유하면 이제 막 후반 첫 홀을 지났을까? 아직도 사랑하는 골프와 부딪히고 깨지고 배우면서 즐겨야 할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저는 골프가 너무 재미있어요. 지금 다른 곳에 한 눈 팔 여유는 없는것 같아요. 지금이 너무 재밌어요."

김효주 프로의 팬클럽 ‘슈팅스타’ 회원 3명이 파인비치 골프 링크스를 찾아 다양한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
■ 골프와 사랑에 빠진 김효주, 그런 김효주와 사랑에 빠진 팬클럽 '슈팅스타'
골프와 사랑에 빠진 김효주의 팬클럽 슈팅스타의 열정은 김효주 못지 않다. 한 시즌을 거의 미국에서 보내는 탓에 김효주가 한국 대회를 뛰러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팬클럽 슈팅스타 회원들이 총출동한다. 서울에서 광주에서 제주에서 전국 각지에서 응원의 마음을 담아 필드 위에서 가장 뜨겁게 파이팅을 외친다. 그 가운데 닉네임 '션'으로 불러달라는 20대 여성 회원의 증언은 왜 김효주가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김효주 프로는 팬분들한테도 친절하지만 특히 어린 아이들을 정말 좋아하세요. 항상 어린이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시고 공을 주거나 할 때도 자세를 낮춰서 눈 맞춤을 하고 주시거든요. 그런 모습에서 팬을 향한 진심을 느끼게 되죠. 정말 남을 배려하는 걸 잘 하시는구나. 정말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구나. 팬들에게 진심이구나. 이런 게 많이 감동인 것 같아요."
아마 LPGA무대를 뛰고있는 선수들 사이에 인기 투표를 하면 톱 3안에 김효주 프로가 들 것이다. 늘 밝은 얼굴로 팬들의 사인 요청을 받아들이며 한번도 거절하지 않는다. 동료들에게도 친절하고 존중이 몸에 배어 있다. 1주일전 후배 황유민의 롯데 챔피언십 우승이 확정될 때 그를 향해 흔쾌히 엄지척을 날리는 그녀의 매너는 보는 이에게도 감동을 전했다. 그녀의 골프는 부드럽지만 힘이 있고, 연약해 보이지만 내공이 쌓여있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신만의 플레이로 세계 무대를 정복해 가고 있는 김효주의 골프는 지금이 최전성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