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출세의 등용문이라 불리웠던 고등고시, 사법고시에 합격하는 순간 당사자는 임용에 상관없이 ‘영감님’으로 불리웠고, 별반 관련이 없는 인근의 마을과 온 고을마저 경사이던 시절이 있었다.
아직도 새록새록한 시골 초등학교 시절 교장 선생님이 고등고시에 합격한 선배라며 어사화(?)를 꽂은 동안의 청년을 운동장 교단에 세우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로부터 약 40년이 흐른 서울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이제는 변호사로 개업한 그 존경스럽고 우러러 보이던 바짝 늙어버린 그 과거‘영감님’을 만나 사무실 인근의 식당에서 고향 이야기를 하며 소주 한 잔 기울이던 시절이 엊그제 같기만 하다.
과거 정치, 경제적으로 열악하던 시절에 판사와 검사는 그 이름만으로도 일반 민초들에게는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이었고, 그와 사돈네 팔촌으로 엮여진 특별한(?)민초들에게는 한없는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
어디 송사라도 엮이는 상황에서 만난 그 ‘영감님’은 마치 당자에게 있어 저승에서 외할아버지라 만난만큼이나 반갑던 존재로 각인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검사라는 직함은 존경보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였고, 그들의 한마디는 조선 시대 고을 원님의 권세가 서러워할 만큼 서슬 퍼런 시절이기도 하였었다.
그러한 ‘그분’들이 근무하는 곳이 검찰청이다. 필자는 30년 이상을 검찰에서 근무하였던 관계로 검찰에 가지는 애정이 남다르기만 하다.
군사독재 시절에 정권에 야합한 대가로 검찰과 정권은 그 권한을 나누기에 혈안이 되어 국민을 억압하는 도구로 전락하였었고, 1987년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검사의 권한은 특별한 제도적 장치의 보완이 없어도 힘이 빠지기 시작하였고, 문재인 정권하에서는 법적, 제도적 장치로 인하여 과거에 비하여 현저히 약화된 권한만 보유하게 되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의식속에서는 아직도 그들의 권한은 차고 넘치게 비치고, 이는 민초들의 뜻과는 배치되는 결정을 하기 일쑤여서 어느 시점부터는 검사라는 호칭보다 ‘검새’라는 이름으로 불릴 만큼 그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였고, 거기에 부쩍이나 인기가 없는 검사 출신 대통령이 탄생한 뒤로는 검사들은 국민들의 상당수로부터 조롱의 대상이 되거나 일부로부터는 국가의 악으로 규정당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필자가 30년 이상 근무하면서 접하였던 대부분 검사들은 실력에 못지않은 인품, 겸손, 선비정신이 깃든 대단히 훌륭한 사람들로 기억하고 있다.
그들이 속한 집단인 검찰은 대한민국의 여타 조직에 비하여도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는 단순한 언어적 수사가 아닌 실제로 접하고 부딪힌 필자의 경험에 의한 것이다. 그들은 검찰 조직의 인사 투명성, 선배의 후배에 대한 무한 베품의 조직문화, 금전적인 면에서 청렴하다는 우월한 인식이 뿌리깊은 조직이기도 하며 검사들의 그러한 인식은 특유의 조직문화가 되었고 이는 검찰청에 근무하는 일반 수사관들과 공유하고 있는 인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형사사건의 모두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을 처리하는 검사 대부분은 정의감과 사명감으로 업무를 처리하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여기에서 모두라고 하는 것은 국민감정과 배치되는 대상의 정치적 사건은 0.01%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극히 일부 출세 지향적 정치검사들, 도덕적인 흠결이 있는 일부 검사들의 경우는 ‘우리는 태생이 남다르다’는 선민의식이 뿌리 깊이 박혀 있으며, 법적인 지식은 물론이고, 도덕적으로도 일반인과 비교하면 훨씬 앞서 있다는 선 하품 나오는 자부심을 가진 이들이 있다.
그러다 보니 나의 결정은 무결하므로 그에 대한 비판은 용서되지 않는다. 그러기에 일반 국민들의 상식과는 동떨어진 결정도 제대로 된 이해를 구하거나 설명 없이 쉽사리 내리곤 한다.
그들 소수는 정치적 사익과 출세에 눈이 멀어 공익을 멀리하고 국민과 척을 지며, 자기 마음속에만 품어야 할 ‘선민의식’을 외부에 표출하여 검찰조직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여론의 질타 대상이 되기도 하며, 그러한 극소수 검사들의 그릇된 결정으로 대다수의 순수한 검사들은 후정에서 담배를 뻑뻑 피워가며 애꿎은 담배만 곱씹는 현실이다.
최근 들어 대통령 배우자의 명품 가방 수수, 주가 조작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법 감정과 괴리된 검찰의 처분에 대한 비판이 거세기만 하다.
아무리 검찰이 변명에 가까운 설명을 해도 나부터도 납득되지 않는데 그 어느 국민이 납득할 것인가?
또한, 최근에는 급이 안되는 ‘명태’의 국정농단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기만 하다. 우리 국민들은 나보다 ‘급’이 안되는 누군가가 국정을 농단한다는 사실에 대하여 엄청 분노하고 용서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과거 박근혜 정권의 ‘순실’이 사건에서 학습효과를 체험한 바 있다.
이제라도 검찰은 정치적으로 편향된 검사들을 배척하고, 일체의 정치적 논리를 배제하여 국민 모두가 납득할만한 수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설명하여야 한다.
그것만이 검찰과 검사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을 되찾는 방법이 될 것이다.
과연, 작금의 현실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검사들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고민하고 숙고해야 할 시점이다.
이성순<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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