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어젠다 2030’ 실행될 수 있을까

2024-10-17

“우리에게는 어젠다 2030이 필요하다. 특히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을 대폭 개혁해야 한다.”

독일 제1야당인 기독교민주당(기민당)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재가 12일 RTL 텔레비전과 가진 인터뷰에서 경기침체에 빠진 현실을 진단하며 ‘어젠다 2030’의 시급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제성장을 옥죄는 구조적인 요인을 제거하고 경제체질과 복지를 확 바꾸는 게 ‘어젠다 2030’이다.

지난해(-0.3%)와 올해(-0.2%) 독일은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부터 경제의 취약점이 더 확연하다. 전쟁에 따른 물가 급등, 제조업의 어려움 같은 단기적인 요인 이외에 독일은 구조적인 ‘4D’ 문제를 안고 있다. 디지털화(digitalization)에 뒤처졌고, 탈탄소화(decarbonization)를 둘러싼 갈등이 깊다. 올해부터 인구변화(demographic change)에 따라 2035년까지 700만 명의 노동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위협(defense threat) 증대로 국방비를 늘려야 하는데 한정된 재원 안에서 이 역시 쉽지 않다.

그래서 ‘어젠다 2010’이라는 성공적인 선례가 소환된다. 2002년과 2003년에도 2년 연속 경제성장이 뒷걸음쳤다. 당시 사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당과 노조의 반발을 무릅쓰고 퇴직 연령을 67세로 2년 상향 조정하고, 실업급여 수급 기간도 20개월 줄이는 개혁을 단행했다. 선거엔 졌지만, 경제는 되살아났다. 2005~2019년 기간에 후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은 총 성장률(24%)이 영국(22%)을 앞섰다.

내년 9월 28일 총선이 예정돼 있다. 최소 1년 전부터 기민당은 연방하원에서 동일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기독교사회당(기사당)과 함께 30%대 초반 지지율을 얻고 있다. 여당인 사회민주당(사민당)보다 거의 두 배다. 제1야당 총재가 총선 키워드로 선점한 ‘어젠다 2030’은 정권교체에 성공하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개혁에는 반발이 따른다. ‘어젠다 2010’을 의회에서 통과시킬 때 슈뢰더는 개혁안 통과와 불신임을 연계해 사민당을 압박했다. 아직도 사민당 일부는 이 개혁을 비판한다. 시민의 40%만이 이 개혁이 독일에 유익했다고 대답한다.

독일은 유럽연합(EU) GDP의 20%를 차지하는 EU 최대 경제대국이다. ‘어젠다 2030’에 성공해야 독일·유럽 경제의 침몰을 막을 수 있다. “위기 때 최고의 배는 리더십(The best ship in times of crisis is leadership)”이라는 미 해군 명언처럼 독일의 새로운 리더십이 큰 개혁을 실천하기를 기대해본다. 우리나라 또한 4D의 도전에 맞서야 한다. 우리도 ‘K 2030 어젠다’가 절실하다.

안병억 대구대 교수(국제관계)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