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증시 거래대금이 급감하는 등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든 상황 속에서 때 아닌 '테마주'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선거 시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정치 테마주가 부각을 받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비트코인과 미국 주식 등으로 유동성이 옮겨간 상황이기 때문에 실제 투자엔 그 어느 때보다도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들어 국내 증시가 때 아닌 테마주 장세로 진입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독특하게도 정치 테마가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이 우선 눈에 띈다.
'재료'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이 대표의 대권 가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국회의원직 상실은 물론 차기 대선에서 피선거권마저 박탈되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최근 갑자기 부각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대표의 법정 리스크가 생각보다 험난한 경로를 통과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현실로 바뀌면서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재명 대표를 대신해 야권에서 대권 가도를 주도할 수 있는 인물 찾기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과 그 지지세력 측에서 차기 당권에 대한 거론조차 삼가고 있는 형국이라 시장의 반응에는 오히려 더욱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 15일 코스피 상장기업 SG글로벌은 이 대표의 선고 소식 이후 상한가로 직행하며 장을 마감했다. 이후 1주일이 지난 지금 2500원선 안팎에 있던 주가는 4000원선 주변까지 올라와 있다. 이는 SG글로벌이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고향에 소재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김동연 테마로'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윈하이텍 주가 역시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이밖에도 코메론, 씨씨에스, 대성산업, 대현, PN풍년 등이 김동연 테마주로 거론된다.
한편 이낙연 테마주 역시 시장에서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역시나 이낙연 전 총리가 이재명 대표를 대신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인데, 관련주들로 거론되는 서원, 국영지앤엠, 부국철강, 남선알미늄 등이 뉴스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상 정치 테마주는 '선거일'이라는 명확한 목표 지점을 설정한 상태로 급등락을 반복하다 어느 순간 재료 소멸과 함께 급락하는 양상을 띤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정확한 이벤트 날짜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테마주 장세가 평소보다도 더 불안정한 시세를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이 위험요소로 거론된다.
최근 급감한 국내 주식시장의 취약성 또한 테마주 투자에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지난 21일 기준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거래대금은 각각 8조1008억원, 8조403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닥 시장 거래대금이 더 커진 모습은 최근 들어 미국 주식·가상자산(비트코인) 등으로 유동성이 급격히 빠져나가며 한 층 더 불안정해진 국내 시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테마주 장세가 차라리 반갑게 느껴질 정도로 국내 시장 유동성이 메말라 있다"면서도 "자금 흐름이 매우 불안정한 양상을 보이는 만큼 실제 투자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