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스마트폰도 아니고…" 진료비 '불법 페이백' 왜 못 막나

2024-09-17

[비즈한국] 요양병원, 한방병원 등의 불법 페이백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지 2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정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은커녕 실태조사조차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페이백이 공공연해지면서 최근에는 페이백 없이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병원들이 오히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병원 간의 과도한 경쟁이 사라지도록 요양 및 한방병원 등의 병상 수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검색만 해도 나오는데…정상 병원이 오히려 피해 봐

최근 대한요양병원협회는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진료비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페이백 등의 불법 행위를 자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협회는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이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는 환자를 유인하는 불법 행위”라며 “협회는 이 같은 불법 행위를 하는 요양병원에 대해 고발 등 모든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발표 직후 협회는 ‘본인부담금 할인 및 면제 금지’ 포스터를 제작해 전국 요양병원에 게시하고 협회에 불법 행위 신고센터를 개설했다.

요양기관의 불법 페이백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일부 요양병원과 한방병원이 암 환자를 대상으로 페이백을 해주는 불법 행위에 대해 질의를 받았다. 복지부가 제출한 최근 5년간 의료법 제27조 제3항(소개·알선·유인 행위 금지) 위반 적발 현황에 따르면 전체 병의원의 적발 건수는 42건으로, 요양병원과 한방병원의 적발 건수는 2건이다. 관련 보도가 있었음에도 암 환자의 페이백 적발은 없었다. 조 장관은 “1년에 10건 정도인데 음성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이보다는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은미 전 정의당 의원은 “암 환자 페이백을 검색만 해도 관련 기사가 쏟아지는데 복지부는 실태조사도 하지 않았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행위라면 포털에서 검색되지도 않을 것”이라며 “진료비 페이백 때문에 양심적으로 운영하는 병원이 폐업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복지부의 관리 부실, 단속 미비로 피해가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 한방병원은 경영난으로 폐업하면서 환자 119명으로부터 30억 원에 달하는 집단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병원이 페이백을 내세우는 이유는 경쟁이 과열돼 환자 유인책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암 환자의 경우 동반되는 치료에 비급여 항목이 많아 이를 실손보험으로 부담하는데, 병원이 이 점을 이용해 진료비 내역을 부풀려 작성하는 식으로 실비를 과다 청구하게 하고, 발생하는 수익 일부를 환자에게 현금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병원 홈페이지에서는 이런 내용을 찾아볼 수 없지만, 전화 혹은 방문 상담을 받으면 상담실장이 실손보험 종류를 물은 뒤 “다 돌려받을 수 있으니 부담갖지 말라”며 비급여 항목으로 치료계획을 세우고 페이백 비율을 제시한다. 환자로서는 진료도 받고 페이백도 가능하니 거절할 이유가 없다.

이렇다 보니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병원들은 환자에게 페이백을 하지 않는다고 안내하는 것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실제로 암 환자 커뮤니티 등에는 보험 관련 게시판이 별도로 있을 정도로 보험 청구가 중요한 문제다. 이곳에서는 ‘​○○​ 진료 시 실비 지급받을 수 있나’, ‘​○○​보험을 들으려고 하는데 조언해달라’, ‘추가로 더 들어야 하는 보험이 있나’ 등의 이야기가 활발히 오간다.

#한방병원 자동차보험 청구비 급증

페이백 등 의료기관의 과한 경쟁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병상 수 조절이 필요하다. OECD 헬스 데이터에 따르면 OECD 평균에 비해 우리나라의 일반 병상수는 2.1배, 요양 병상수는 8.8배에 달한다. 병상 수 추이를 살펴보면 한방병원은 요양병원보다 더 높은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 ‘요양기관 종별 입원실 현황’에 따르면 두 곳 모두 2020년에는 전년 대비 병상 수가 늘었으나 이후 요양병원은 감소세, 한방병원은 증가세다. 2020년 대비 올해 2분기 증감율을 보면 요양병원은 14.88% 감소했고 한방병원은 34.46%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한방병원의 자동차보험 청구비는 매해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3년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의 한방 진료 청구비는 의과 진료 청구비를 뛰어넘었다. 최근 5년 사이 의과의 경우 계속해서 감소하다, 2023년도에 1조 65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8% 증가했다. 한방은 같은 기간 매해 기록을 경신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9년에는 의과 분야 진료비가 한방 분야보다 많았지만, 2년 만인 2021년에 한방 분야가 역전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3년 기준 의과 분야 진료비는 1억 656억 원, 한방 분야 진료비는 1억 4888억 원이다.

지난해에는 일부 한방병원의 ‘호캉스’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실비 청구로 비용 부담을 더는 것이 공공연한 상황에서, 한 한의원이 ‘호캉스’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공개적으로 청구 방법 등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이 병원은 “저희 한의원의 1, 2인실로만 구성된 상급병실을 이제는 일반병실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하루 입원해 치료를 받는데 6만 원이 들지만, 모두 실비로 돌려받을 수 있다”며 “휴일 또는 휴가에 한의원 호캉스 어떠냐”는 내용의 문자를 환자들에게 보냈다.

대한의사협회 자동차보험위원회는 지난 6월 보도자료를 내 “자동차사고 관련 의료행위가 대부분 건강보험 급여항목에 포함되는 의과와 달리 한방진료는 비급여 항목의 진료수가 및 인정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경상환자의 과잉진료가 더 용이하다”며 “한의원은 1인실만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으로, 호화로운 상급병실 운영을 통해 과도한 진료비를 청구하는 등 왜곡된 진료 행태가 자동차보험 병원치료비 급증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도 병상 수 관리에 나섰다. 지난해 발표한 ‘제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2023∼2027)’에는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과 수도권 상급 종합병원 분원을 개설하려면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 신증설 시에는 시·도 의료기관개설위원회의 사전 심의 및 승인을 받아야 한다. 병상 수급량에 따라 과잉, 관찰, 부족으로 지역을 나눠, 공급 제한 지역의 경우 병상 공급을 제한하고 점진적으로 병상 수 축소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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