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국세행정은 전례없는 디지털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와 경제, 그리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국세청은 국세행정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왔다. 이는 단순한 정보화 수준을 넘어, 세정 업무를 자동화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납세자의 편의를 혁신하여 궁극적으로 세금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핵심 수단이며, 세계적으로도 'K전자세정'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세행정 분야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비켜나갈 수 없다. OECD 주요 국가들도 향후 3~5년을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세정 전환의 변곡점으로 보고 전례 없는 수준의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국 국세청(IRS)은 2023년부터 연간 약 10조원을, 영국 국세청(HMRC)은 연간 1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전문가를 대규모로 채용 중이다.
국세청의 대표적인 전자세정 인프라인 홈택스는 국민 10명 중 9명이 사용하고, 하루 평균 방문횟수가 900만건 이상인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신고 시스템이다.
연말 정산이나 부가가치세 신고는 늘 번거로운 일이었지만, 이제 납세자가 세금 신고를 위해 따로 연가를 내거나 주말을 반납하여 복잡한 서류를 챙길 필요가 없어졌다. 증명발급과 신고 및 납부 등 대부분의 세무업무를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손택스를 통해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간편하게 세금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특히 납세자가 신고·납부를 더욱 편리하고 실수없이 할 수 있도록 홈택스를 대폭 개선하고 있다. 먼저, 세법을 잘 모르는 납세자도 신고화면을 직관적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화면을 단순화하고 어려운 세법 용어를 순화했다. 또, 납세자별로 필요한 내용을 보여주는 개인화 콘텐츠를 점차 확대해 나가고, 신고오류가 많은 항목에 대해서는 오류발생이 없도록 신고화면에서 팝업창 등으로 직접 안내하고 있다.
부가가치세 신고의 경우, 납세자가 로그인하면 면세·과세 등 사업자 유형에 따라 맞춤형 화면이 자동으로 나오고, 신용카드·현금영수증·전자세금계산서 등 국세청이 보유한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홈택스가 자동으로 신고서를 작성해 준다. 매출이나 공제항목을 수정하면 부가가치세가 자동 재계산되므로 향후 납부할 세금을 미리 계획해 볼 수도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납세자는 세금비서와 대화를 하면서 실수 없이 신고서를 입력할 수 있다.
종합소득세 신고 역시 국세청이 신고 항목을 미리 채워 제공함으로써 납세자가 확인만 하면 신고가 완료되도록 했다. 이러한 '모두채움'서비스를 통해 매년 700만명에 가까운 소규모 개인납세자들이 복잡한 신고 절차 없이 원클릭으로 손쉽게 신고를 마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양도소득세와 증여세 등 다른 세목도 간편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확대 개편해 나갈 것이다.
전자세정의 핵심은 데이터 기반의 과세 행정이다. 국세청은 2019년 빅데이터센터를 출범시키면서 신용카드, 현금영수증, 전자세금계산서 등 방대한 거래자료를 빠르고 정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분석 자료는 납세서비스 뿐만 아니라 신고서 검증 등에도 활용된다. 예를 들어 납세자의 수입·지출 내역과 과거 신고 이력, 유사 업종 평균 등을 비교 분석하여 주요 세목의 신고서를 정밀하게 검증하고 있다. 또 탈루 가능성이 높은 신고서를 선별해 과학적으로 세무조사 대상을 선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세무조사를 받아야 할 사람은 반드시 세무조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앞으로 국세청은 디지털 기술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공정과세와 납세서비스 혁신, 업무자동화를 추진해나갈 것이다.
특히 국세청에서는 AI 기술 활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향후에 AI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납세자는 전문적인 세무지식이 없어도 AI와 상담을 하면서 쉽게 신고를 완료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AI가 수천만건의 신고자료와 수억건의 과세자료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분석하여 탈세혐의를 매우 빠르고 정확하게 추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세무공무원들은 AI의 도움을 받아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에서 벗어나 신규 세원을 발굴하거나 과세사각지대 해소 등 더욱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AI 기술 활용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국세청은 AI가 국민의 민감한 세무정보를 다루는 만큼, 개인정보를 철저하게 보호하고 AI가 공정하게 작동하도록 주의를 다해야 할 것이다.
AI가 잘못된 판단을 내리거나 특정 집단에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철저한 검증 프로세스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국세청은 정보보안과 개인정보보호 관리에 대한 국제표준 인증을 획득한 데 이어, 금년 4월에는 AI 관련 국제표준인증을 획득하였는데, 이는 시의적절한 조치였다. 앞으로 개발될 AI 서비스도 지속적으로 국민 신뢰 속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보안체계를 완비해야 할 것이다.
국세청이 추구하는 전자세정의 모습은 명확하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편리한 납세환경과 공정한 세정질서를 확립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성실한 납세자는 누구나 쉽게 세금을 이해하고 편리하게 신고할 수 있고, 고의적·악의적인 탈세 혐의자는 반드시 적발될 수 있도록 세정을 혁신해 나갈 것이다. 그리하여, 국세행정에 대한 납세자의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
최재봉 국세청 차장
〈필자〉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행시 제39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국세청 국제조사과장, 감사담당관, 서울청 조사2국장, 국세청 개인납세국장, 국제조세관리관 등 조사·세원분야 주요 요직과 2023년 7월 법인납세국장을 역임한 후 2024년 8월 국세청 차장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