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2년 전 협회 상근부회장 취임
배터리협회, 산자부 산하 비영리법인
배터리 제조 3사 등 220여 기업 회원사 가입
협회 직원들, A씨 자녀 결혼식 참석 여부 확인
제보자 "친분 없어 안 갔지만 불이익 걱정"
"업무 시간에 직원들 사적 동원" 비판도
협회 측 "경조사도 네트워킹 기회" 해명

한국배터리산업협회(이하 협회) 상근부회장 A씨가 자신의 자녀 결혼식에 협회 회원사 참여를 독려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다. 협회 직원을 사적 용무에 동원했다는 비판도 있다. 협회 측은 "경조사를 네트워킹 기회로 조성하는 것 역시 회원사 지원 사업 중 하나"라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회는 국내 배터리 3사(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온)를 비롯해 관련 기업 220여 곳이 회원사로 속해있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비영리법인이다.
24일 업계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 토요일(22일) 열린 A씨 자녀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회원사 임직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전화를 걸어 행사 참석 여부를 물었다. 전화를 받은 회원사 임직원들은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협회 활동에 혹시 모를 불이익은 없을지 걱정했다는 후문이다.
서울 소재 배터리 기업 대표 B는 "부회장을 잘 알지도 못하는데 (협회 직원이) 결혼식에 올 거냐고 물어봐 당황했다"며 "개인 사유로 결혼식에는 못 갔지만 주말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고 말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복수의 회원사 임직원들은 평일 업무 시간대 협회로부터 결혼식 참석 여부 확인 전화를 받았다. 협회 내 회원사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주로 전화를 돌렸다는 증언이다.
또 다른 배터리 업체 대표 C는 "지난주 평일 오후에 연락을 받았다"며 "업계가 위축돼 있는 가운데 직원들에게 이런 일을 지시했다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A는 2023년 3월 협회의 제4대 상근부회장으로 취임했다. 협회 회장은 국내 배터리 3사의 대표가 차례로 맡고 있지만 비상임 명예직이다. 협회 실무는 상근부회장이 총괄하는 구조이다. 회원사 임직원들이 A씨 자녀의 결혼식 참석 여부를 놓고 고민을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호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책팀 간사는 "배터리를 포함한 국내 산업 전반이 대내외적으로 매우 어수선한 상황"이라며 "잘못된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협회 관계자는 "(모든 행사에 앞서) 식사와 자리, 주차 공간 등을 준비하기 위해 사전에 참석 인원을 파악하는 것은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한 기본적 절차"라며 "협회는 회원사 간 네트워킹을 지원하고 교류를 활성화해 산업 발전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협회 및 회원사 경조사를 네트워킹 기회로 조성하는 것 역시 회원사 지원 사업 중 하나"라며 "이를 통해 협회와 회원사 간 유대감을 높이고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