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즉시 부처 장악 ‘큰 그림’
조기대선 인수위 없이 정부 출범
文 때 조각 195일 걸려 최장 기록
장관은 청문회 등 임명 시간 걸려
靑출신 등 차관급 후보 검토 분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캠프 인사들이 각 정부부처에서 차관을 맡을 인사들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정부가 인수위원회 없이 곧장 출범하고 장관 지명과 인사청문회 등을 거치고 장관이 최종 임명돼 업무에 돌입하기까지 물리적으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만큼, 임명과 동시에 업무를 시작할 수 있는 차관 인사를 서두르겠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시작과 동시에 부처 장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14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인수위 없이 곧바로 정부가 출범하고 부처도 바로 일을 시작해야 한다”며 “장관이 없어도 차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면 되는 것이니 차관급 인사들을 물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장관 임명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차관 인사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의원들이 상임위원회 소관 부처에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일한 관료 등에 대해 추천을 요청하기도 한다”고 거들었다. 캠프에 소속된 의원, 캠프 관계자 등이 각 부처에 실장급, 국장급 가운데 차관으로 임명할 만한 있는 인사들에 대한 추천을 요청한다는 것이다. 캠프에서 차관급 인사를 물색한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캠프 내에 차관 인사를 위한 별도 팀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캠프 관계자는 “차관 인사를 위한 별도 팀이 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일부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각 부처에 인사 추천 등을 요구하는 것이 이야기가 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경제부처 관료는 통화에서 “이재명 캠프 관계자로부터 차관으로 일할 수 있는 인사를 추천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윤석열정부와 연관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처의 고위관계자는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일한 실장급 인사들이 대선 직후 곧장 차관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복도통신’에 자자하다”면서 “윤석열정부에서 불이익을 받았던 인사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등에서 근무하고, 윤석열정부에서 인사 불이익을 받은 인사들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는 이야기다.

이재명 캠프 인사들이 차관급 인사 물색에 나선 것은 2017년 조기 대선을 통해 출범한 문재인정부가 장관 인선에 난항을 겪으며 조각이 완료되는 데 무려 200일 가까이 걸린 경험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2017년 5월10일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그해 11월21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임명하는 것으로 초대 내각 인선을 완료하는 데 무려 195일이 걸렸다. 김대중정부의 내각 인선 완료 174일보다 21일이나 늦어 최장기 조각 기록으로 남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정부 출범 후 보름이 지나 박근혜정부에서 임명된 국무위원들과 오찬을 갖고 국정 현안 대화를 나눴고, 출범 49일 만에 문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국무회의를 주재했는데 17명의 장관 중 박근혜정부 시절 임명된 11명이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각료는 6명에 불과했다.
문재인정부는 장관 지명과 차관 임명을 동시에 하고, 장관 지명자가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 임명되기까지 차관이 실무를 담당했는데, 캠프 내부에서는 장관 지명과 상관없이 곧장 업무를 할 수 있는 차관을 먼저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영준·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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