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크라이나전으로 돌아보는 한국 상황

2025-02-23

하민회 (이미지21대표, 미래기술문화연구원장)

개전 4년 차. 쉽게 끝나지 않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현대전이 첨단 기술 전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전투영상. - 세계 최초의 로봇 부대가 작전을 수행한다. 포 탑에 중기관총을 장착한 작은 로봇 여러 대가 설원의 전쟁터를 누빈다. 폭발을 피해가며 교대로 사격하고 진격하는 이들 로봇은 수 km 떨어진 후방에서 원격 조정된다. 보병은 로봇이 공격을 마친 후에 진격한다. 지휘관은 드론 생중계로 전장을 지켜보고 지시를 내린다. AI 지원 조준 시스템을 탑재한 이들 로봇은 하르티아 국가방위여단 (Hartiya Brigade) 소속. 부족한 병력을 보완하기 위해 로봇과 AI기술을 주로 활용하는 혁신부대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매우 특이한 모습과 성격을 띠고 있다. 21세기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것도 유럽에서 일어난 전면전인데다 사이버와 정보전이 결합된 네트워크 전이다. 인류 최초의 드롭 전쟁이면서 동시에 적은 비용으로 얼마나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를 경쟁하는 혁신전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 SNS로 전쟁 실황을 중계하는 여론, 심리전이다. 새로운 전쟁 방식과 첨단 기술이 총 동원된 미래전의 단면인 셈이다.

우크라이나전은 무기화된 드론 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미국 정치매체인 더힐(The Hill)은 역대 전쟁에서 이렇게 많은 드론이 사용된 적은 없었다고 말한다. 2024년 우크라이나는 130만 대의 드론을 전장에 투입했다. 드론이 정찰, 공격, 전자전, 병참에 이르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전쟁의 핵심무기로 자리잡으면서 전쟁 양상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우선 전쟁터가 훨씬 들여다보기 쉬워졌다. 정찰용 드론을 내보내면 전반적인 전선의 병력 움직임과 공격 태세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목표물을 발견하면 그 위치 좌표를 지휘 센터로 전송해 포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목표물 발견부터 타격까지의 '킬 체인'이 크게 단축된 셈이다. 어지간해선 숨기 어렵고 탱크나 장갑차 등이 공격당하지 않고 진격할 방법도 없어진 것이다.

공격용 드론은 직접적인 성과를 올린다.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는 튀르키에산 군용드론을 사용해 폭격했지만 지금은 저렴한 상업드론을 자폭드론으로 개조해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러시아 본토 공격을 위한 장거리 공격 드론과 적군의 방공망 약화를 위한 미끼 드론도 생산 중이다.

러시아 역시 초반엔 저가형 이란산 드론을 사용했지만 자금은 장거리 드론을 대량 생산해 수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드론은 이미 수적 우세보다는 기술과 정확도, 창의적인 활용법 등이 관건이 되었다고 평가한다.

드론의 활약성이 큰 만큼 전자전 역시 그 어느 전쟁보다 뜨겁다. 양측 모두 수천 명 규모의 전자전 특수 부대를 운영해 적의 드론과 통신 장치를 무력화하고, 적의 미사일이 아군에 떨어지지 못하게 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러시아는 반경 10km 이상의 모든 위성 통신, 무선 통신, 휴대전화 신호를 무력화할 수 있는 지텔 시스템과 10km 밖에서 드론을 격추하고 드론 조종사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시포브닉-에어로' 유닛 등을 보유해 전파방해 장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심지어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하이마스와 같은 첨단 미사일도 무력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자전은 러시아 우위의 비대칭전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또한 전자파에 반응하지 않는 AI솔루션 개발과 러시아 장비 전파를 방해하는 특수부대를 운영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수십 년에 거액을 들여 개발한 디지털 전투체계를 단기간에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구축했다고 보도했다.

마치 게릴라들이 임시방편으로 필요한 무기를 만들어내듯 우크라이나가 디지털 시대에 맞는 전쟁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민간 기술자들과 해커들은 암호화 메신저 시그널(Signal)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통신망을 연결했고 모바일 앱을 만들고 3D 프린터로 맞춤형 드론을 제작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델타 시스템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기준에 맞춰 개발했으나 거의 사용되지 않던 전장상황 표시 장치인 델타에 드론과 현장 목격자로부터 수집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챗봇 정보를 통합했다. 임시방편으로 돈 들이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얼기설기 엮어 만들었지만 성능은 서방이 공들여 개발한 통합 디지털 시스템과 유사하다.

위성 통신과 맞춤형 소프트웨어로 드론 및 전투기와 각종 무기체계를 연동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정보 공유와 작전 조율, 공격의 정확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드론 전파 방해장비를 만들고 충전 없이 장시간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장치를 만드는가 하면 3D 프린터로 민간 드론에 수류탄을 장착할 수 있는 플라스틱 장치를 찍어냈다.

모두 충분하지 않은 여건과 시간 속에서 이뤄낸 혁신들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우크라이나군의 혁신 비결로 우크라이나군 기술진과 우크라이나 기업들의 자발적인 협력을 꼽는다. 마치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 업처럼 서로에게 필요한 기술과 데이터를 제공하며 신속한 발전을 이뤄냈다는 것이다.

포격과 드론이 주를 이루는 현대전에서는 더 이상 병사들이 전선 근처에서 작전을 수행하지 않는다. 사람 대신 드론과 AI, 로봇들이 전쟁을 치른다. 그리고 물리적 전장 너머엔 사이버전, 전자전이 존재한다. 주요 기반 시설이 마비되고 군사통신이 교란되고 서버가 다운되는 보이지 않지만 치명적인 전쟁도 동시에 존재한다는 말이다.

예상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가 준비되어야 하고 최적의 전략과 전술이 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는 충분한 데이터와 AI, 로봇 같은 첨단 기술이 요구된다.

과연 한국은 안전할까?

전문가들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전 파병으로 드론전과 현대전을 경험하며 전투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본다. NHK 보도에 따르면 최근 북한과 러시아는 무인기 개발과 생산을 함께 추진 중이다. 군사정보 탈취는 물론, 서버다운, 암호화폐 탈취 등에 능한 북한의 정예 해커 부대는 7,000명가량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전은 여전히 휴전상태인 한국 입장에서 충분히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할 중요한 사례다.

인구 감소로 인한 병력 감축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AI와 무인 기술을 활용한 국방 시스템은 준비되고 있는지, 방위사업청 등의 정부기관과 민간 기업 간의 협력은 원할 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같은 해양 위협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상 드론과 무인 시스템 같은 대응책은 마련되고 있는지 등에 관한 국민적인 관점이 요구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 결국은 사람이라는 점. 우크라이나전의 혁신 성공은 우수한 기술인재들과 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첨단 기술 인재 양성과 확보가 곧 국가 생존력 이자 경쟁력이라는 국민적 공감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하민회 이미지21대표(미래기술문화연구원장) =△경영 컨설턴트, AI전략전문가△ ㈜이미지21대표 △경영학 박사 (HRD)△서울과학종합대학원 인공지능전략 석사△핀란드 ALTO 대학 MBA △상명대예술경영대학원 비주얼 저널리즘 석사 △한국외대 및 교육대학원 졸업 △경제지 및 전문지 칼럼니스트 △SERI CEO 이미지리더십 패널 △KBS, TBS, OBS, CBS 등 방송 패널 △YouTube <책사이> 진행 중 △저서: 쏘셜력 날개를 달다 (2016), 위미니지먼트로 경쟁하라(2008), 이미지리더십(2005), 포토에세이 바라나시 (2007)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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