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명칼럼] 윤석열과 전북, 그리고 새로운 기대

2025-04-08

시거든 떫지나 말고 얽거든 검지나 말 것이지. 경험도 없고 준비도 안 된 윤석열이 독선과 객기를 부리다 게도 구럭도 다 잃어버렸다. 윤석열은 취임 2년 11개월 동안 실체도 없는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고, 진실이 아닌 부정선거 의혹과 싸우느라 나라 전체를 엉망으로 만들어놨다. 자기 말대로 호수에 비친 달그림자를 잡으려 호수에 직접 뛰어들었다가 결국 빠져나오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K 문화와 K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세계 일류 문명국가로 욱일승천하던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보여준 그의 사고와 언행은 참으로 한심하고 부끄러웠다. 맹자는 혁명론에서 “군주가 책임을 다하지 않고 폭정과 무능으로 백성에게 고통만 준다면 그 군주는 천명(天命)을 잃었기에 마땅히 폐위되거나 교체되는 것이 정당하다”라고 하였다. 윤석열은 여민동락하지 않고서 정치, 경제, 외교, 남북관계, 의료, 사법 등 모든 분야를 파탄 냈으니 처벌받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 

역대 정부 중 윤석열과 전북의 관계는 최악이었다.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은 전북에서 역대 보수정당 후보로는 최고 득표율인 14.42%를 얻었는데도 말이다. 무주군에서는 19.84%를 얻었고 무풍면에서는 무려 24.66%의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윤석열은 선거운동 기간 전주를 찾아 “전북 홀대론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특별히 챙기겠다”라고 큰소리쳤다. 당선인 시절인 2022년 4월 전주를 다시 찾아와 “새만금 개발과 함께 전북을 기업들이 누구나 와서 마음껏 돈 벌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들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런 약속들은 완전한 뻥카였다. 윤석열은 예산과 인사에서 전북을 철저히 버렸다. 윤석열과 전북의 관계는 2023년 8월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잼버리대회 참패를 계기로 완전히 파국을 맞게 된다. 대회가 끝난 후 모든 책임을 전북에 떠넘긴 윤석열 정부는 새만금 SOC 예산의 78%를 삭감하고, 새만금 공항 공사마저 지연시켰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다음 해 예산까지 깎는 치졸한 뒤끝을 작렬시켰다. 결국 지난 3년 동안 윤석열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전북지역 7대 공약 46개 실천 과제 중 완료된 것은 새만금 투자진흥지구 지정 단 한 건뿐이다. 사업비로 보면 총 25조 7,472억 원 중 1조 2,994억 원인 5%만이 이행하는 데 그쳤다. 이 정도면 공약이 아니라 사기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제 윤석열은 가고 장미 대선이 치러진다. 두 달 후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것이다. 윤석열 정부 내내 예산과 인사에서 철저히 차별받았던 전북으로서는 또 한 번 깨달았다. 역시 예산과 인사가 만사라는걸. 지금 분위기로는 민주당 정부가 출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기에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먼저 참신하고 획기적인 전북지역 대선공약을 발굴하여 이를 후보의 공약집에 집어넣는 게 중요하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 일을 성사하기 위해서는 전북 출신들을 새 정부 요직에 다수 포진해야 한다. 전북은 민주당 10명의 의원 중 5명이 3선 이상인 중진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중진 의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전북의 큰 정치자산이자 민주당의 거목인 정동영 의원은 새 정부에서 국무총리나 당 대표를 노려야 한다. 새 정부에서는 만년 변두리, 들러리, 홀대 전북이라는 딱지를 떼야 하고, 패싱해도 군소리 없는 온순한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 새 정부에서는 특별자치도 이름에 걸맞게 특별하게 도약할 계기를 만들어보자.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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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독선 #파탄 #새로운 기대

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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