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기판 업체인 심텍이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소캠(SOCAMM)'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심텍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소캠 기판을 납품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 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세계 메모리 시장을 90% 이상 점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엔비디아 소캠도 이들 3사가 공급하는데 심텍이 기판 공급을 맡아 주목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심텍은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소캠 기판 성능 평가(퀄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품질을 충족시켜 납품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한 것으로, 심텍은 이에 소캠 기판 생산 준비에 착수했다.
소캠은 엔비디아 주도로 만든 저전력 D램(LPDDR) 모듈이다. 엔비디아는 자사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최적화된 메모리가 필요해 소캠을 만들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달리 소캠은 LPDDR 기반이 특징이다. 저전력 D램을 사용해 전력 소모량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대역폭은 2.5배 향상시켰다.
모듈 크기도 작아 교체와 확장에도 이점이 있다. 향후 서버와 AI PC 등에서 활용 폭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돼 HBM을 잇는 차세대 AI 메모리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소캠은 기존 메모리 모듈과 기술적 특성이 달라 전용 기판이 필요했다. 이에 심텍은 소캠용 기판을 준비했다. 하지만 프로젝트는 연기됐다. 엔비디아가 준비한 소캠1에서 기술적 문제가 발생, 양산이 취소된 것이다.
엔비디아는 1세대 제품을 건너뛰고 2세대를 준비했다. 심텍은 이 2세대 소캠용 기판으로 메모리 3사로부터 양산 승인을 받았다. 소캠2는 엔비디아 차세대 AI 반도체인 '루빈'에 탑재될 예정이다.
심텍은 메모리 회사들과 소캠2 기판 가격과 물량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 협의가 마무리되면 내년 1분기 본격 양산이 예상된다.
메모리 3사에서 인증을 받은 기판 제조사는 현재 심텍이 유일하다. 차세대 메모리로 주목받는 소캠 시장에서 심텍이 유리한 위치를 점할 지 주목된다.
소캠2 양산이 가시화되면서 시장 개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마이크론은 이날 용량 192기가바이트(GB)에 동작 속도가 초당 11기가비트(Gbps)인 소캠2 샘플을 출하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소캠2 출시를 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캠2 공급망 선정 작업이 분주히 이뤄지고 있어 내년 상반기부터는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캠은 반도체 업계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