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학년도 수능 시험이 석달 안으로 다가오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집중력·몰입력 향상’을 내세운 ‘공부 영양제’ 광고가 쏟아지고 있다. 제품을 먹으면 ‘순공시간(순수 공부시간)’이 늘고 성적이 오른다며 영양제 구매를 독려한다. 전문가들은 영양제 성분의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한 경우가 많고, 무분별한 복용은 오히려 청소년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19일 SNS에는 이른바 ‘공부 영양제’ 광고가 연달아 올라왔다. A제품은 ‘서울대 연구진과 공동 개발했다’고 홍보하며, 인지 기능 향상 물질로 알려진 ‘누트로픽’을 핵심 성분으로 내세웠다. 누트로픽의 원료인 ‘갈랑갈’에 대해선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생들이 성과를 높이는 비결로 먹는 성분”이라고 광고했다. 타우린, 아르기닌, 비타민B, 비타민C 등 보조 성분도 함께 강조했다. B제품은 대형 제약사가 만든 것으로, 이름부터 ‘집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집중력 향상 효과를 내세웠다. “전국 상위권 학생들이 다 먹는 ‘아이비리그 스틱’, ‘몰입 스틱’” 같은 별칭이 붙기도 했다.
자극적인 광고 문구도 눈에 띈다. 미국 명문대 합격 수기나 “‘노답’이던 아이가 3개월 만에 폭풍 성적 상승했다”는 등 사례가 등장한다.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가 심했던 딸이 이 제품을 먹고 전교 1등이 됐다’는 후기도 올라오는데, 상당수는 판매를 위한 홍보 문구다. 인기 유튜버나 ‘일타’ 수능강사, 유명 의사·가수·배우·운동선수 등 청소년층에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광고에 등장해 ‘학습 도핑제’를 권유하기도 한다. 일부 판매자는 “수능 등급 상승의 마지막 기회”라며 ‘비밀 할인’이나 ‘타임어택(시간제한) 할인’을 내세운다.
판매사들은 학생들이 많이 마시는 고함량 카페인 음료보다 ‘천연 카페인’을 사용해 심장 두근거림이 없고, 마그네슘 등 성분이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내성이 없고 장기간 복용할수록 좋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효과가 과장되거나 일부 연구 결과를 왜곡해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반박한다. 의약품과 달리 건강기능식품이나 일반식품으로 판매되면 효능·안전성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특정 물질에 인지능력을 향상하는 기능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이것이 실제 뇌 혈액 장벽을 뚫고 전달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에 과도한 영양제 의존이 오히려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성장기에는 균형 잡힌 식사와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생활습관이 기본인데, ‘영양제를 먹으면 성적이 오른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생활습관 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교육적 문제도 지적된다. ‘성적=인생 성공’이라는 프레임이 강화되면서, 학생과 학부모 모두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실제 성취가 꾸준한 학습의 결과가 아니라 특정 제품 복용 덕분이라는 믿음이 퍼질 위험도 있다.

일각에선 학습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감마저 영양제로 달래라고 홍보하고 있어 우려가 나온다. 영양제가 만능인 양, 공부나 휴식, 식사와 수면까지 영양제에 의존하는 모양새다. 허브 추출물, 멜라토닌, 각종 비타민·미네랄, 카페인 등이 함유된 제품이 ‘공부 효율’과 ‘컨디션 조절’을 내세우며 팔린다. 신 교수는 “마음이 급하다고 해서 비과학적인 방법으로 몸을 혹사시키지 말라”며 “영양제·건강보조제 의존이 습관화되면 장기적으로 약물 의존성과 비슷한 심리적 효과를 낳을 수 있고, 심각한 경우 우울증 등 부작용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신 교수는 “SNS에서 접하는 후기나 광고는 대부분 상업적 목적이 있으므로, 청소년과 학부모는 과장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전문가 상담을 거친 뒤 섭취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건강기능식품의 과대광고에 대해 더 엄중히 단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