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8일 경기 포천시 국립수목원의 산림곤충스마트사육동에 들어서자 투명한 플라스틱 통이 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연구진이 사육 중인 장수하늘소 집이다. 통 속을 살펴보니 하얀 가루 속에서 한눈에 봐도 거대한 애벌레가 꿈틀대고 있었다.
장수하늘소 애벌레는 통 속에 있는 느타리계 균류를 먹으면서 자라는데요. 큰 애벌레는 80g까지 무게가 나가는 데 들면 야구공처럼 묵직하죠.
김창준 국립수목원 연구사가 통을 가리키면서 설명했다. 그가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애벌레를 보니 마치 외계 생명체를 보는 것처럼 거대한 크기에 압도됐다. 김 연구사는 “현재 사육동에는 애벌레와 번데기, 성충을 다 합쳐서 500여 개의 개체가 있다”고 말했다.
12년째 광릉숲에서 장수하늘소 복원

국립수목원은 광릉숲에서 올해로 12년째 장수하늘소를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광릉숲이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장수하늘소가 서식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광릉숲은 550여 년 이상 자연 그대로 보전된 국내 최대 산림 보고로 장수하늘소를 포함해 3932종의 곤충이 서식하고 있다.
과거에는 서울 북한산 일대와 강원 춘천 등 중부지방 곳곳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크고 화려한 모양으로 인해 무분별한 포획 대상이 되고, 서식지까지 파괴되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이에 1968년에 국내 곤충 중 처음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며, 2012년에는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위치 추적해 서식 선호지 분석…짝짓기도 포착

장수하늘소는 최대 11㎝까지 자랄 정도로 국내에서 가장 큰 곤충 중 하나다. 쌀알 크기의 알에서 태어난 뒤 애벌레와 번데기를 거치면서 성충이 될 준비를 한다. 이후 여름에 성충으로 깨어나 한 달 남짓 살면서 번식을 마치고 죽는다. 스마트사육동은 내부 온도와 습도를 광릉숲의 여름에 맞추는 등 장수하늘소의 생장에 최적화된 환경을 조성했다.
숲에서 워낙 드물게 발견되는 탓에 장소하늘소의 생태적 특징에 대해서는 그동안 알려진 게 거의 없었다. 이에 국립수목원은 장수하늘소의 행동반경과 서식지 선호도 등을 조사하기 위해 초소형 추적 칩을 부착한 뒤 자연에 방사했다. 그 결과, 장수하늘소는 활엽수림을 선호하며, 직경이 30㎝를 넘고 50년 이상 자란 나무에서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야생 수컷이 추적 중인 암컷을 찾아와 짝짓기를 시도하고, 암컷이 서어나무에 산란하는 모습을 포착하기도 했다.
올해부터 매년 20개체 방사 “천연기념물 해제 목표”

국립수목원의 꾸준한 복원 노력 덕에 광릉숲에 사는 장수하늘소도 증가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매년 1개체만 겨우 발견했지만, 지난해에는 12개체나 숲에서 찾을 수 있었다. 올해부터는 1년에 약 20개체씩을 방사한다는 계획이다.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은 “광릉숲뿐만 아니라 원래 살았던 경기 북부, 강원도에서도 장수하늘소 번식에 성공해 천연기념물에서 지정 해제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