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이민자 2세, 대구서 나이팅게일 꿈꾸다

2024-11-28

대구보건대 간호학과 재학생 발렌티나

고2 때 다문화 프로그램 참가

전공 체험하고 간호사 꿈 키워

“세계 곳곳에서 생명 살릴 것”

최근 대구보건대학에서 열린 ‘나이팅게일 선서식’에서 화제의 중심에 선 한 학생이 있다. 임상실습을 앞둔 예비 간호사 252명 중 까무잡잡한 피부에 곱슬머리를 가진 대구보건대 간호대학 간호학과 소속인 외국인 아쿠네포 나마카 발렌티나(20)씨.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한국에서 무역업을 하던 부모님 사이에서 2004년 경기도 의정부에서 태어난 이민자 2세다.

그녀가 한국에서 태어난 계기는 아버지의 힘이 컸다. 아버지가 1988년 한국에서 처음 개최한 올림픽 개막식을 TV로 접하고 긍정적인 영감을 많이 받았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져 이민을 결정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큰 결정의 배경에는 글로벌적인 집안 분위기도 한몫했다. 삼촌들이 덴마크에서 거주하며 나이지리아에서 의사와 미국에서 변호사를 하고 계셨고, 88 올림픽 주제가처럼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 인도양을 건너는데 부모님은 주저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한국에서 나이지리아로 무역 경제활동을 시작했고, 그녀는 경기도 의정부에서 태어나 4살 때 대구로 이사를 왔다.

간호직은 발렌티나에게 운명이고 천직이였다. 간호사란 직업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졌을지 모른다고 그녀는 말했다. 태어났을 땐 미숙아였고, 두 달여를 인큐베이터서 생활했다. 낯선 한국에서 처음 마주하는 새 생명의 기쁨도 잠시, 심리적으로 불안했던 엄마에게 병원의 간호사 선생님들은 완벽한 케어를 지원했다. 또, 남동생 벤자민이 감기 증상이 심해 자주 병원을 들락거렸는데 의사소통이 원활한 영어를 잘하는 간호사가 계셨고, 벤자민이 태어났을 때 부터 엄마에게 의료적인 케어를 잘해주셨다. 간호사 선생님은 20년 가까이 어머니와 관계를 유지할 정도로 가족들에게는 백의의 천사다.

어릴 적 병원에서 추억들은 행복한 미소를 짓는 엄마의 기억들로 가득하다. 그녀는 이런 계기들이 쌓여 간호사에 대한 직업을 이해하게 됐고, 엄마를 또 다시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간호사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발렌티나씨가 대구보건대 간호학과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고등학교 2학년부터다. 대학에서 실시하는 다문화 프로그램 참여 모집 공고를 발견했고, 대상인 다문화 가정은 아니었지만 ‘외국인도 참여 하면 어때’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교육에 참여하게 됐다.

프로그램을 경험하던 중 관심 있는 간호학과가 있었고 운명이다 싶어서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게 됐다. 대학을 직접 방문했고, 학과 교수님들이 전공에 대해 친절히 알려줘 손에 잡히지 않던 간호사의 꿈이 가까이 다가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발렌티나씨는 “일생을 정의롭게 살면서 의료현장에서 성심으로 보건의료인들과 협조해 간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해 헌신하겠다”며 “국내에서 간호사로 인정받고 커리어를 쌓아 세계 곳곳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몸을 던지고 나이팅게일의 숭고한 간호정신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남승현기자 namsh2c@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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