鳥獸 不可與同群(조수 불가여동군)

2025-12-14

길 가던 중에 나루를 찾지 못한 공자는 자로를 시켜 마침 짝지어 밭갈이를 하고 있는 장저(長沮)와 걸익(傑溺)에게 나루가 어딘지를 묻게 했다. 장저는 자로에게 “나루는 당신네 스승 공자가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오”라고 말했다. 나루를 세상 길에 빗대어 난세에는 은거가 바른길임을 알면서도 헛된 유세를 하고 있는 공자를 비웃은 것이다. 걸익은 “도도한 세상의 흐름을 누가 막을 수 있겠소? 뜻 맞지 않는 사람을 피하기보다는 아예 어지러운 세상을 피하는 게 낫지”라고 말했다. 역시 유세를 그만두고 세상을 피할 것을 권한 것이다. 얘기를 전해 들은 공자는 탄식했다. “새·짐승들과 더불어 같은 무리를 지을 수는 없으니 나 또한 이들 은자와 함께 하고 싶으나 그래도 세상을 바로잡아야지! 천하에 도가 있다면 내가 유세할 필요가 무엇이겠는가?” 세상을 바로잡고자 하는 공자의 강한 의지가 담긴 말이다. 그러나 결국 유세는 실패했다.

공자의 유세는 헛수고였을까? 아니다. 유세 중에 남긴 언행이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으니 장저·걸익과 같은 은자보다는 공자의 삶이 훨씬 숭고하다. 오늘을 사는 우리도 새·짐승과 같은 무리를 끝까지 설득하며 바른 세상을 만들기를 포기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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