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부딪혀 노모 허리 골절됐는데…인솔자 "치료비 반반 어떠냐"

2025-09-02

서울 도봉구에서 85세 여성이 8세 아동과 부딪혀 큰 부상을 입은 가운데, 사고 직후 인솔자의 발언이 가족의 분노를 샀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달 29일 전파를 탄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피해 여성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교육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 뛰어오던 아동과 충돌해 쓰러졌다.

이 사고로 여성은 뇌진탕과 허리 골절, 흉부 타박상 등 중상을 입어 한 달 이상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야 했다.

사고 당시 피해 여성의 자녀 A씨는 어머니와 마지막 통화를 마친 직후 낯선 여성의 전화를 받았다. 발신자는 "어르신이 8살 아이와 부딪혀 넘어졌다. 구급차에 함께 타려면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급히 도착한 A씨는 머리에 피를 흘린 채 구급차에 실려 있는 어머니를 발견했으며, 어머니는 "너무 아프다. 아이가 뛰어와서 부딪쳤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피해 여성이 도로를 천천히 걷는 모습과 반대편에서 아이들과 인솔자들이 무리를 지어 뛰어오는 장면이 담겼다. 아이들 중 한 명이 팔을 휘두르며 달리다 피해 여성과 부딪쳤고, 충격으로 인해 여성이 뒤로 넘어지며 머리를 부딪히는 장면도 담겨 있었다.

현장에는 인솔자 3명이 있었지만 아이의 부모는 함께하지 않았다. 사고 직후 인솔자 중 한 명이 119에 신고해 경찰과 구급대가 출동했다.

갈등은 사고 이후 대화 과정에서 커졌다. A씨는 "경찰이 서로 원만히 합의하는 게 좋겠다고 말하자 인솔자 중 한 명이 '우리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치료비 반반은 어떠냐'고 말했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그는"어머니는 그냥 앞만 보고 걸어갔다. 아이가 부딪치지 않았으면 이런 사고는 없었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인솔자들은 "아이가 들이받은 게 아니지 않냐. 이렇게 서로 부딪힌 거다"라고 주장했지만, A씨는 "어르신이 다쳤으면 일단 치료 잘 받고 오라고 해야지 50% 하면 어떠냐고 흥정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맞섰다.

또한 A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으면 보호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인솔자 측은 "그렇게 따지면 85세 어르신을 혼자 다니시게 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에 격분한 A씨는 병문안을 온 인솔자에게 "어머니 살아계시냐. 나이 어떻게 되시냐"고 물었고, 인솔자가 “살아계시고 70대”라고 답하자 "15년 있으면 85세인데 엄마 집에다 묶어 놓으실 거냐"고 반문했다. 결국 인솔자는 사과했다.

사고 직후 아이의 부모는 연락을 통해 사과 의사를 밝혔으며, 이후에는 "형사고소 대상이 인솔자로 돼 있어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게 됐다"고 전했다. 아이 아버지는 또 "피해자 측이 합의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치료비 지급을 못 하고 있다"며 “선결제 후 보험 처리해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피해 여성은 현재 플라스틱 허리 보조기를 착용하고 있으며, 거동이 불편해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다. A씨는 "화장실도 혼자 힘으로는 이동할 수 없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어머니는 퇴원하고 싶다고 하는데 의사는 아직 퇴원은 무리라고 한다"고 전했다.

사연을 들은 법무법인 디딤돌 박지훈 변호사는"A씨가 과실치상 혐의로 인솔자 중 '반반' 발언을 한 사람을 고소한 상태"라며 "아이의 행동으로 사고가 발생했지만 인솔자는 아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어 법적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실치상은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며 "상해 정도와 위자료를 포함한 합의금이 정당하게 전달된다면 형사처벌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