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수년째 우리나라의 엄격한 사과 검역 절차를 비관세장벽으로 지적하고 있다.
미국 북서부원예협의회(NHC)는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한국의 동식물 위생·검역(SPS) 조치를 문제 삼았다. USTR 역시 매년 발간하는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NTE)’를 통해 한국의 ‘사과 등 과일류의 수입검역 절차’를 대표적인 비관세장벽으로 꼬집고 있다.
이처럼 집요한 문제 제기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방위적 관세전쟁 기조와 맞물릴 경우 국내 대표 과수품목인 사과시장이 미국의 사정권에 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외국산 농산물이 국내에 들어오려면 관세와 별개로 국제식물보호협약(IPPC)과 세계무역기구(WTO)의 SPS 규정에 의해 8단계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거쳐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미국·일본·독일·뉴질랜드 등 11개국이 사과 수출을 위한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산 사과는 현재 2단계에 있다. 다만 검역은 수입·수출국의 병해충 분포 등 여러 변수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소요 기간을 예단하기 어렵다.
미국 사과는 품질·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작성한 ‘2023년 해외 과수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연간 사과 생산량은 400만∼500만t으로 전세계 2위 규모다. 2022년 기준 미국 내 소매 가격은 1㎏당 3.09달러로, 미국 사과가 국내에 유통됐을 때 가격이 타 국가산보다 10∼30% 저렴할 것으로 분석했다.
농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으로 미국 사과 검역에 일종의 패스트트랙이 제공될 가능성을 염려하며 ‘검역은 주권문제’란 주장을 펴고 있다. 농식품부는 “수입위험분석은 ‘식물방역법’에 따라 이뤄져 절차를 임의로 생략할 수 없다”며 “과학적 근거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유리 기자 yuriji@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