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물건’을 정리하고 싶어요.”
딸은 ‘유품’이라 하지 않고 ‘물건’이라고 말했다.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다.
‘물건’이라니….
그냥 남의 물건, 나와 상관없으니 어찌해도 좋다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다른 한편으로 ‘물건’이라면 ‘소유’의 문제와도 닿아 있다. ‘남의 물건’이란 말도 그렇다. 다른 사람이 소유하는 것이다. 그 물건이 누군가의 소유라면 그 주인은 살아 있다는 말이다.
의뢰인이 단어를 잘못 선택한 건가 싶었다.
그런데 통화를 하다 보니 아차 싶었다.
그의 아버지는 아직 살아 계셨다.
“아버지가 뇌병변 진단을 받으셨는데,
가망이 없을 것 같다는 소견이네요.
아버지께서 사셨던 집 월세도 계속 쌓이고,
이참에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아서요.”
며칠 뒤 현장에서 의뢰인을 만났다.
방은 2개였고 거실 겸 주방과 베란다, 욕실로 이루어진 빌라였다.
16평 정도 되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커다란 양문형 냉장고를 보고선 좀 의아했다.
혼자 사는 남성의 집이라곤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살림살이가 가득했다.
좁은 공간이지만 나름대로 정리도 돼 있었다.
누군가와 살림을 했다는 흔적이 역력했다.
혹시나 몰라 의뢰인에게 물었다.
“짐이 생각보다 많네요. 아직 쓸 만한 것들도 많고.
그런데 혼자 사신 게 맞나요?”
“네…. 몇 달 전까지 함께 지낸 분이 계셨는데 헤어지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