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드그렌 전쟁 일기 1939-1945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 이명아 옮김
시공사 | 640쪽 | 3만2000원

“작가가 된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다. 지금은 <삐삐 롱스타킹>을 수정하고 있는데, 이 말썽꾸러기가 무엇이 될지 궁금하다.”(1945년 6월2일)
<린드그렌 전쟁 일기 1939-1945>는 어린이 문학의 대표적인 고전 ‘삐삐’ 시리즈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쓴 일기를 원문 그대로 엮은 책이다. 전쟁을 기록한 일기를 읽는다는 건, 한 사람이 견뎌낸 어려운 시절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거대한 인류사적 사건을 응시하는 일이기도 하다. 전쟁이 발발한 1939년 9월부터 1945년 12월 종전까지 일기장 17권에 달하는 방대한 기록이다.

책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한 인간의 내면을 선명하게 그려낸다. 점령지 소식을 향한 분노, 유대인 학살 앞에서의 절망, 중립국 스웨덴 시민으로서의 자책감과 모멸감, 가족 해체에 대한 두려움 등 전쟁이라는 재앙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변형시키는지 드러낸다.
작가의 대표작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이 ‘늦은 겨울 발목을 삐어 집에서 쉬는 동안 쓰게 됐다’는 탄생 비화가 담긴 점도 흥미롭다. 한국에도 ‘말괄량이 삐삐’로 잘 알려진 이 소녀는 권위에 저항하고 유머로 억압을 무력화하는 존재다. 이 캐릭터가 왜 전쟁 시기에 탄생했는지, 전후에 어째서 세계적 반향을 일으켰는지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다.
전쟁의 복판에서 크리스마스와 새해에 대한 기대와 다짐이 반복되는 기록은 묘한 감흥을 남긴다. “행복하다는 것과 잘 지낸다는 것이 같은 말이라면, 나는 아직도 ‘행복한’ 편이다. … 어쨌거나 나는 무언가를 배웠다. 행복은 자신의 내면에서 비롯되어야 하며 밖에서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1944년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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