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피플] “‘대장금’에 반한 저희 커플, 태국 고교서 한국어 가르쳐요”

2025-02-03

태국에는 13개 대학에 한국어학과가 개설되어 있다. 2016년 중국어와 일본어에 이어 대입 선택 외국어 과목이 되었다. 바로 방탄소년단과 태국인 멤버 리사로 유명한 블랙핑크로 대표되는 K-POP, ‘이태원클라쓰’의 K-DRAMA, ‘떡볶이’ K-FOOD 등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는 한류 바람 때문이다.

필자가 방콕 2교육청 고교 22개 학교 중 18개 학교가 참가한 한국어 촌극 경연대회 심사위원으로 초대된 것은 개강한 이후인 올해 1월초였다. 대학교에는 이미 한국어과 인기가 치솟고 있는데 고교에서도 한국어 촌극경연대회라니...

막상 고교학교 경연대회장에 가보니 노천 극장에는 인파로 가득 모여있었다. ‘콩쥐 팥쥐’, ‘해와 달 이야기’, ‘심청전’ 등 익숙한 동화와 소설이 주제여서 반가웠다. 열정과 진지함이 묻어나는 촌극은 감동적이었다.

대회를 마치고 필자는 학생들의 반응을 들어보고, 대회를 주최하고 매년 30명씩을 선발을 하는 싸라위타야 고등학교 한국어 교사 비아-어언을 인터뷰를 했다. 둘은 한국어가 좋아 나레쑤안 대학교에 같이 입학했고, 한국 유학파이고 결혼을 약속한 예비부부라는 점이다.

놀라운 것은 비아 선생님은 한국 정부에서 주관하는 한국어교원양성과정을 위해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연수를 했는데 어언 선생님과 함께 필자의 강의를 들었다고 했다. 이 사실을 처음 들었다.

태국에서 한국어교육이 태동하던 시기에 내게서 한국어를 배운 쏭클라나카린 대학교의 빠릿 교수의 제자가 현재 나레쑤안 대학교의 한국어과에 재직하고 있는 씨왓 교수다.

그러고보니 비아 선생님과 어언 선생님이 바로 씨왓 교수의 제자다. 이 커플은 촌수를 따지자면 증손자뻘 되는 제자다. 이렇게 학맥으로 연결된 인연을 가지고 있다.

세상살이에는 수많은 인연과 만남이 어어진다. K-POP을 좋아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졌다는 고교생들, 고교시절 한국 드라마 ‘대장금’에 반해 한국어학과와 유학을 마치고 고교에 한국어과 교사가 된 커플. 2년 전 정년퇴직하고 불교국가 태국에서 한국어과 학과장을 맡아 인생 후반전을 보내고 있는 필자는 새삼 ‘인연’법에 놀랐다.

한국어 촌극 경연대회의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필자가 학생들의 해맑은 표정과 반짝이는 눈빛, 그리고 그들을 가르치는 예비부부 교사의 순수한 열정과 사랑의 장면들을 리포트해봤다.

■ “필자는 1980년대 후반 태국서 한국어 문법 교재와 회화 교재 제작”

태국의 학기는 대학마다 조금씩 다르다. 제가 재직하고 있는 랑싯대학의 경우 1월부터 2학기가 시작된다. 개강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강의가 시작될 즈음 싸라위타야 고등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방콕 제2교육청 소속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촌극 경연대회가 열리는데 심사위원을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평소 태국의 고등학교에서 한국어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했던 흔쾌히 그 요청을 수락했다.

저는 태국에서 한국어 교육이 태동하던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어 교육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유학하고 있던 태국 남부 쏭클라대학교에서 한국어 교육이 처음 시작되었다. 선택 과목으로 한국어 강좌가 개설되었는데 당시 상황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한국에 대한 인지도도 높지 않았고 한국의 언어나 문화에 대한 관심도 별로 없었다. 그때 나는 한국학술진흥재단에서 파견되는 한국어 교수요원으로 5년간 재직하면서 처음으로 한국어 문법 교재와 회화 교재를 썼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태국에서 한국어 교육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때때로 여건이 되면 태국의 대학에서 한국어 강의를 해왔다.

■ 13개 대학에 한국어학과 설립...고등학교에도 빠르게 번지는 한국어 교육

처음에는 지지부진하던 한국어 교육이 2000년에 한류가 태국에 상륙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 13개 이상의 대학에 한국어과가 설립되고 고등학교에서도 한국어 교육이 시작되면서 마치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급기야 2016년에는 중국어와 일본어에 이어 대입 선택 외국어 과목으로 지정되었다.

2023년 랑싯대학교 한국어과에 부임하고 나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문화 퀴즈 대회와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주관한 적이 있다. 한국의 사회와 문화 그리고 역사 관련하여 한국어로 출제하고 한국어로 답하는 문제였다. 예선에서는 사지선다형 문제였지만 결선으로 가면서 단답형으로 바뀐다. 문제를 출제하면서 과연 태국의 고등학생들이 정답을 맞힐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참가한 학생들의 상당수가 “척척박사”급이었다.

말하기 대회도 마찬가지였다. 고등학생 말하기 대회는 2~3인이 한 조가 되어 주제를 정하고 그 내용을 역할을 나누어 발표하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경상도 지방 방언을 부산과 대구, 안동 등 지역 별로 나누어 설명하기도 하고, 한국의 전통 문화나 관광 명소 등에 대해서도 유창하고 재미있게 발표하는 것이었다.

두 가지 대회를 주관하고 지켜보면서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이들을 가르치고 배출하는 학교는 어떤 학교고,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들의 수업 방식은 어떠하고 교재는 무엇을 사용하는가? 그래서 싸라위타야 고등학교에서 날아온 초청장은 내게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행사 당일이 되어 함께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랑싯대학교 한국어과 웰라위 씨텅 교수의 차를 얻어 타고 아침 일찍 출발했다. 학교는 방콕에 소재하고 있는데 구글 지도로 검색해보니 20킬로미터 거리에 소요시간이 30분 정도로 나왔다. 그러나 아침 출퇴근 시간임을 고려하여 한시간 반 전에 출발했다. 다행히 차가 막히지 않아 조금 일찍 도착했다. 그동안 태국의 여러 대학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고등학교는 처음이라서 가슴이 설렜다.

학교 정문에 들어서자 등교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벌써 노천 극장에는 꽤 많은 학생들이 운집하고 있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밝은 표정으로 삼삼오오 교실로 가거나 행사장으로 가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 이 학교 한국어 교사인 비아 선생님과 어언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비아 선생님의 본명은 쌋차누껀 깨우추아이(นายสัชฌุกร แก้วช่วย)이고 어언 선생님의 본명은 쑤니싸 싸앗씨(น.ส.สุณิสา สอาดศรี)이다. 한국인들이 이름을 한자어로 많이 짓는 것처럼 태국인들은 팔리-산스크리트어로 많이 짓는다. 그런데 팔리어나 산스크리트어로 지은 이름은 음절수가 많아 발음하기에 불편하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는 대개 짧고 부르기 쉬운 닉네임을 따로 사용한다. 이들 비아 선생님과 어언 선생님은 결혼을 약속한 예비부부다. 오늘 행사가 끝난 뒤 따로 인터뷰 약속을 미리 잡아 놓았다.

오늘 행사는 ‘한국어-일본어 외국어 경시대회’였다. 일본어보다 한국어가 앞에 표기되어 있는 것이 이 학교의 한국어 교육이 일본 교육보다 우위에 있음을 짐작하게 해주었다. 개막 행사가 끝나고 각자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안내를 맡은 학생이 한국어를 곧잘 하길래 한국어 배우기 어렵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재미있다고 하면서 밝게 웃었다.

한국어 촌극대회 행사장은 한국어과 전용 교실 옆에 있었다. 방콕의 제2교육청 소속 고등학교 22개 학교 중에서 18개 학교에서 참가했다. 2016년부터 태국 교육부 지원으로 개최하고 있다는데 이 지역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중요한 행사로 자리잡은 것 같다.

■ 익숙한 '콩쥐팥쥐' '심청전' 등 한국어 촌극대회-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자 참가자 명단과 심사표를 받았다. 명단에는 학교 이름과 촌극 주제가 적혀 있었는데 ‘콩쥐 팥쥐’, ‘해와 달 이야기’, ‘심청전’ 등 익숙한 동화와 소설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참가학생은 4~5명이 한 팀이 되어 8분 내외로 공연을 하는데 음향 효과나 분장은 허용되지 않았다. 복장도 교복이나 체육복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시작하기 앞서 호기심과 기대감이 교차되었다. 오전에 10개팀, 오후에 8개팀으로 나누어 대회가 진행되었다.

일찍이 랑싯대학교에서 한국 문화 관련 행사를 치르면서 태국 고등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을 목격한 바 있다. 그래서 이번 촌극 대회에서는 별로 놀랄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놀라움을 넘어 감동이 밀려왔다.

물론 어떤 팀은 한국어 발음이 서툴고 대사를 잠시 잊은 학생들도 있지만 잘하는 팀은 유창한 한국어 실력에 연기력까지 더해 심사위원들을 몰입하게 만들었다. 더 나아가 감정이입을 유도하여 깊은 감동과 여운을 안겨주었다.

학생들의 열정과 진지함이 묻어나는 촌극을 관람한 후, 심사를 마치고 한국어과 전용 교실로 이동했다. 이곳 한국어과 학생들과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다.

■ 한국어를 배운 태국 고교생, 자발적으로 선택...눈빛에서 열정이 뿜뿜

한국어과 전공 교실에 들어서자 눈이 반짝이는 학생 십여명이 무언가 정리를 하고 있었다. 교실 한 켠에 지금까지 각종 대회에서 받은 상과 메달이 진열되어 있었다. 이 학교의 한국어 교육 수준을 금방 가늠할 수 있었다. 교실 한가운데 있는 탁자에 둘러앉은 학생들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학생들이 한국어를 선택한 동기, 배우면서 느낀 점, 그리고 장래 희망이었다. 학생들은 환한 미소와 반짝이는 눈빛을 띠며, 거침없는 대답으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Q. 한국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학생1: 저는 K-POP을 좋아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졌어요. 한국어를 잘해서 통역관이 되고 싶습니다.

학생2: 저는 K-드라마를 보고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드라마 내용을 한국어로 이해하고 싶었어요.

학생3: 저는 부모님께서 식당을 운영하시는데 한국어를 배워서 앞으로 K-푸드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학생4: 저는 한국 웹툰을 보고 한국어를 스스로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도 이쪽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Q. 한국어는 배우기 쉽지 않은 언어다. 재미있게 배우는 방법이 있을까요? 자신만의 경험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학생1: 저는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를 공부합니다. 드라마에서 나타나는 대사를 공부하게 되면 각 문장이 사용되는 상황과 맥락을 알 수 있어요. 그것을 반복해서 연습하면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익힐 수 있어요.

학생2: 저는 온라인게임을 즐겨하는데 이를 통해 한국어를 익혀요. 게임도 하면서 한국어도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습니다.

학생3: 저는 SNS를 활용해 생활용어를 꾸준히 익히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어휘력이 향상되는 것 같아요.

학생4: 저는 글쓰기 연습을 좋아합니다. 한국인 학생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하고 요즘에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한국어를 꾸준히 공부하고 있어요. 한국 친구들과 글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한국어가 눈에 띄게 느는 것 같습니다.

학생5: 저는 말하기 연습을 하면서 한국어의 존대법을 익혀요. 한국어의 존대법은 비교적 까다로운 편인데 한국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조금씩 알아가는 게 무척 재미있어요.

Q. 한국어를 전공으로 선택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지금 하고 있는 한국어 공부에 만족하는지 합니다.

학생1: 저는 한국어가 재미있고 저 스스로가 좋아하기 때문에 만족해요. 중국어나 일본어 보다는 한국어를 선택한 것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학생2: 한국어 관련 행사가 많아 참여하는 것이 재미있고, 직·간접적으로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좋아요.

학생3: 교환학생으로 한국에서 잠깐 공부한 적 있는데 그로 인해 한국어에 더욱 흥미를 갖게 됐어요. 앞으로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한국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요.

학생4: 저는 한국에 단기 어학 연수를 다녀왔어요. 굉장히 유익한 경험이었어요. 태국에서 대입 시험에 한국어를 선택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또한, 한국어 능력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면 한국 유학 시 장학금을 받을 수도 있어 기대됩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한국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과 행동 속에서 태국의 밝은 미래가 엿보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들과의 대화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학생들과 이야기가 끝나자 마침 행사를 마무리하고 온 비아 선생님과 어언 선생님이 들어왔다. 같은 장소에서 인터뷰가 이어졌다.

■ 싸라위타야 고등학교 15년 전 한국어과, 비아-어언 커플 선생님

Q. 조금 전에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니, 한국어 실력도 뛰어나고 미래에 대한 확실한 목표를 가진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싸라위타야 고등학교에 한국어과가 처음 개설된 시기는 언제인가요?

비아: 2011년에 개설되었으며, 이제 15년 가까이 되어 갑니다.

Q. 현재 한국어과 학생 수는 얼마인가요?

어언: 매년 30명씩 선발합니다. 현재 총 90명 안팎의 학생이 재학 중입니다.

Q. 학생들이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할 때, 한국어를 전공으로 선택하는 학생은 몇 명 정도인가요?

비아: 대략 5~10명이 한국어 전공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Q. 한국어의 주당 수업시간은 얼마인가요?

어언: 주당 한국어 수업이 4과목, 총 10시간이며 교양 과목이 추가로 2시간 있습니다. 이밖에도 한국 문화 관련 동아리 활동과 다양한 과외 활동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Q. 한국어를 선택하여 교사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어언: 고등학교 시절에 한국 드라마 ‘대장금’을 본 것이 계기가 되었어요. ‘대장금’을 재미있게 보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어에 대한 흥미가 생겼고 그래서 나레쑤안 대학교 한국어과에 입학했습니다.

Q. 두 사람은 언제부터 서로 호감을 갖기 시작했나요?

비아: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일 겁니다. 서로 좋아해서 같이 나레쑤안 대학교로 입학했어요. 대학 시절 함께 한국어 공부하면서 더욱 가까워졌지요.

Q. 결혼을 약속하게 된 것은 언제인가요?

비아: 한국정부에서 주관하는 한국어교원양성과정이란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그 프로그램에 따라 한국에서 한국어 연수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서로 미래를 약속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연수를 받았는데 그때 정환승 교수님의 강의를 함께 들었어요.

Q. 그 사실은 미처 몰랐네요. 두 분 모두 한국에서 유학하셨다고 들었는데, 같은 대학에서 공부하셨나요?

어언: 비아 선생님이 먼저 고려대학교로 유학을 가고 약간 시차를 두고 제가 경희대학교로 갔어요. 두 사람이 가까이 있고 싶어 대학도 고려대와 가까운 경희대를 선택했어요.

Q.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특별히 어렵거나 문제가 되는 점은 없나요?

비아: 현재 특별한 문제는 없습니다. 초기에는 교재를 비롯한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지금은 태국한국교육원과 국제한국어교육재단 등에서 제작한 교재를 공급받아 사용하고 학생들 한국어 연수과정이 있어 한국어 교육 환경이 많이 좋아졌어요.

Q. 앞으로 특별한 계획이 있나요? 혹시 대학에서 옮겨 가서 강의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요?

어언: 지금의 현실에 만족하고 있어요. 우수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는데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합니다.

비아: 대학에서 강의하려면 박사과정을 밟아야 하는데 거기에 드는 에너지와 열정을 가지고 지금 이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더 값지다고 생각해요. 이곳에서 계속 학생들을 가르치며, 나중에는 교장까지 승진하고 싶어요

Q. 바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어를 잘하는 우수한 인적자원을 많이 배출해서 한-태관계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훌륭한 스승 아래 훌륭한 제자”...저랑 증손자뻘 되는 제자 뿌듯

인터뷰를 마치고 교정을 빠져나오는데 무언가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학생들의 해맑은 표정과 반짝이는 눈빛, 그리고 그들을 가르치는 예비부부 교사의 순수한 열정과 사랑을 보며 느낀 감정이었다.

두 젊은 예비부부 교사가 가르치는 싸라위타야 고등학교의 한국어 교육 수준은 최상급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랑싯대학교가 주최한 전국 고등학생 한국 문화 퀴즈 대회와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싸라위타야 고등학교 학생들이 모두 최우수상을 휩쓸었다. 태국 속담에 “열매는 그 나무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과연 훌륭한 선생님 아래 훌륭한 제가가 있었던 것이다.

사실 비아 선생님은 이전부터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태국에서 한국어교육이 태동하던 시기에 내게서 한국어를 배운 쏭클라나카린 대학교의 빠릿 교수의 제자가 현재 나레쑤안 대학교의 한국어과에 재직하고 있는 씨왓 교수다.

비아 선생님과 어언 선생님이 바로 씨왓 교수의 제자다. 촌수를 따지자면 증손자뻘 되는 제자다. 이렇게 학맥으로 연결된 인연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어언 선생님이 한국어 교육에 뜻을 두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주관하는 한국어교사양성프로그램이 참여하여 비아 선생님과 함께 내 강의를 들었다는 사실은 오늘 처음 알았다.

사람이 사는 세상은 참으로 넓고도 좁다는 생각이 든다. 태국인들이 귀하게 여기는 불가의 인연은 어디서부터 맺어지는 것인지 참으로 가늠하기 힘들다. 그러나 때가 되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그 매듭이 드러나는 것 같다. 새삼 시절인연(時節因緣)이란 말이 떠오르는 하루였다.

태국=정환승 객원기자, 태국 랑싯대학교 한국어과 학과장 chaiyothai@hanmail.net

정환승 교수 프로필

현 태국 랑싯대학교 한국어과 학과장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

전 한국외국어대학교 태국어통번역학과 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 학장

한국외국어대학교 동남아연구소장-한국태국학회 회장

1999-2002-2005년 한국-태국 정상회담 통역

1958년 한국과 태국이 수교한 해 태어남

1995년 태국 쏭클라대학교 대학원에서 태국어학 석사

2000 년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언어학 박사

1992년 한국-베트남 수교한 해 태어난 딸은 베트남 아시아투데이 특파원(정리나)

최근 저서로는 ‘태국 들여다보기’, ‘태국역사문화기행 황톳길 위에서 미소를 만나다’,

‘담장너머의 태국 치앙마이-치앙라이 오디세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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