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식탁 위 중국] 중국 추어탕 두부니추(豆腐泥鰍)…그 속에 담긴 전설

2024-10-16

우리나라에서도 추어탕 즐겨 먹지만 중국에도 역시 다양한 미꾸라지 요리가 있다. 추어탕을 비롯해 미꾸라지 튀김, 미꾸라지 숙회 등 종류가 한정된 한국에 비해 중국 미꾸라지 요리는 종류가 훨씬 더 많다.

우리의 추어탕에 해당되는 니추탕(泥鰍湯)에 더해 니추훠궈(泥鰍火鍋)가 있고 우리 미꾸라지 숙회와 비슷한 미꾸라지찜(淸蒸泥鰍)도 있다. 중국 가정에서 특히 자주 먹는 가정식, 즉 쟈창차이(家常菜)는 미꾸라지와 두부를 함께 조리한 요리다.

이를테면 미꾸라지를 두부 및 채소와 함께 볶은 두부니추(豆腐泥鰍)라는 음식이 있는데 이를 토대로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 개발한 요리가 관도니추(官渡泥鰍)다. 일반 두부 대신 얼린 두부를 넣고 끓인 니추동두부(泥鰍凍豆腐)탕도 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에 두부 속으로 미꾸라지가 파고 들어가게 만든 후 썰어 요리한 두부추탕(豆腐鰍湯)이 있었다고 하는데 중국에도 역시 비슷한 요리가 있다. 초선두부(貂蟬豆腐)라고 한다. 여기서 두부는 여인의 매끄러운 피부를, 미꾸라지는 남성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삼국지에 나오는 미인 초선을 품에 안은 동탁의 모습을 떠올리며 지은 이름이라고도 한다.

요리 이름을 한궁장교(漢宮藏嬌)라고도 하는데 한나라 무제의 고사 금옥장교(金玉藏嬌)를 응용해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참고로 금옥장교는 금과 옥으로 꾸민 집(金玉)에 미인을 모셔 놓는다(藏嬌)는 뜻으로 여기서 응용한 한궁장교는 한나라 궁전(두부)에 미인(미꾸라지)이 감춰져 있다는 뜻이다.

초선두부나 한궁장교 모두 이름은 그럴듯하고 야릇한 느낌마저 없지 않지만 어쨌든 이 두부 미꾸라지 요리는 본래 중국 시골에서 농민들이 먹었던 향토음식이다.

조조가 원술과 지금의 하남성에 위치한 관도에서 전투를 벌일 때 군량이 떨어졌다. 배고픈 농촌 출신 병사들이 아무 음식이나 함부로 먹지 말라는 조조의 명령을 어기고 진흙 속에서 미꾸라지를 잡아 남은 두부와 채소를 넣고 요리해 먹었다. 아무 탈없이 기운을 차린 병사들이 마침내 원술을 물리치고 대승을 거뒀다. 삼국지 관도대전의 승리가 결국 미꾸라지 덕분이라는 것인데 병사들이 요리했다는 미꾸리지와 두부, 채소는 모두 농촌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니 두부 미꾸라지 요리는 농민들의 음식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예전 중국 농민들은 미꾸라지를 보양식으로 삼았다. 주변에서 흔하게 잡을 수 있는 물고기인데다 워낙 힘이 좋아 먹으면 그 힘을 흡수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사실 미꾸라지의 한자 이름인 추어(鰍魚)도 가을에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맛이 좋아 가을 추(秋)자를 써서 추어가 됐다고 하지만 원래는 힘 좋은 생선이기에 추장이라고 할 때의 우두머리 추(酋)자를 써서 추어(鰌魚)였다고 한다.

그런 만큼 중국 속담에는 작은 미꾸라지가 큰 파도를 일으킬 수 있다(小泥鰍也能翻大浪)라는 말도 있다. 여러 가지 비유의 뜻이 담겨 있지만 어쨌든 그만큼 힘이 좋다고 믿었고 그래서인지 미꾸라지를 물속의 인삼이라고도 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속설 중에는 하늘에는 비둘기, 땅에는 미꾸라지(天上斑鳩 地上泥鰍)라는 말도 있다. 농민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재료 중에서 가장 영양이 풍부한 것으로 하늘을 나는 것 중에는 비둘기, 땅에 사는 것으로는 미꾸라지를 꼽았다.

미꾸라지가 힘이 좋고 그래서 먹으면 힘이 솟는다고 믿다보니 마침내는 양기를 북돋아주는 정력식품으로까지 발전했다. 야릇한 내용으로 널리 알려진 중국 고전 『금병매』에도 미꾸라지 요리가 나오는데 주인공인 서문경의 정력 비결 중 하나가 마치 미꾸라지에서 비롯된 것처럼 그려져 있다.

그러고보면 명청 시대에는 이미 중국에서 미꾸라지가 정력에 좋은 음식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명나라 때 의학서인 『본초강목』에 미꾸라지는 양기를 돋우는 식품이라고 했다. 또 다른 중국 의학서인 『조호간이방(潮湖簡易方)』에서도 남성이 힘이 없을 때 미꾸라지를 먹으면 좋다고 했으니 본초강목과 처방이 일치한다.

힘이 좋아 추어인지, 가을에 특히 맛있어 추어인지 혹은 둘 다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중국에도 다양한 미꾸라지 요리가 있고 추어탕은 보양식으로 정력에 좋은 음식이라는 속설과 믿음이 우리와 비슷하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롭다.

윤덕노 음식문화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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