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길거리 오리 머리 ‘쪽쪽’…‘홍어 귀신’ 韓 아재도 쫄았다

2024-10-16

홍콩백끼

‘삭힌 홍어’처럼 괴이한 음식을 즐기는 한국인이라지만 냄새 풍기는 홍어를 노점에서 대놓고 팔지는 않는다. 홍콩은 다르다. 거리마다, 시장마다 별의별 음식이 죄 나와 있다. 오리 머리 조림, 취두부 튀김, 돼지 귀 꼬치, 암뽕(암퇘지 자궁) 조림 등. 그 당황스러운 생김새와 이물스러운 식감, 오묘한 향이라니. 몰래 숨어서 먹을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다 까발리고 먹는 홍콩인의 먹성과 취향은 여행으로 먹고사는 여행기자도 쉬 받아들이기 힘들다.

‘길거리 음식’ 하면 트럭이나 수레로 목 좋은 곳을 차지한 노점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홍콩에선 아니다. 바퀴 달린 노점은 의외로 찾아보기 힘들다. 1980~90년대 홍콩 정부가 강력하게 단속한 결과다. 요즘 홍콩의 길거리 음식은 길바닥이 아니라 인도(人道)와 맞닿은 식당에서 만들고 판다.

그렇게 길거리 음식을 파는 식당이 ‘小食’ 같은 간판을 단 가게다. ‘음식을 적게 먹는다’는 게 아니라 ‘간단한 음식’을 파는 가게라는 뜻이다. 테이블 없이 주방과 매대만 갖춘 소규모 점포가 거리마다, 건물마다 들어앉아 있다. 그렇다 보니 홍콩 거리를 거닐다 보면 그 지지고 볶고 굽는 냄새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만다.

홍콩백끼 4회는 거리의 음식을 말한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든 길거리 음식에는 공통점이 있다. 싸고 간단하고 친숙하다. 물론 여행자에게 호기심 또는 호기를 요구하는 음식도 있다. 순간 멈칫하게 되나, 막상 경험하고 나면 뭣 좀 아는 여행자가 된 것처럼 뿌듯하다. 전 세계 길거리 음식은 거의 대부분 맛있다. 홍콩의 길거리 음식도 맛있다. 아니, 홍콩 음식은 길거리에서 가장 홍콩스럽다.

홍콩백끼④ ‘길거리 음식’ 미리 보기

홍콩 거리의 소울푸드 - 카레위단

꼬치는 못 참지 – 내장 꼬치 열전

미션 임파서블? - 취두부와 오리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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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잡는 특효약 - 량차

훔치고 싶은 감칠맛 - 주청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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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이야기 '홍콩백끼'

홍콩 거리의 소울푸드 - 카레위단

홍콩의 대표 주전부리는 누가 뭐래도 위단(魚蛋)이다. ‘피시볼(Fish ball)’이라고도 하는 위단은 경단 모양의 어묵을 말한다. 홍콩인의 위단 사랑은 엄청나다. 완탄민(완탕면)에도 넣어서 먹고, 볶음면에도 올려서 먹는다. 홍콩의 거의 모든 음식에 위단이 들어간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홍콩에서 하루 평균 375만 개의 위단이 소비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위단은 탄력이 있으면서도 육즙이 풍부한 녀석을 최고로 친다. 영화 ‘식신’을 보면 위단 특유의 탄력성을 주성치(저우싱츠) 특유의 과장된 유머로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위단으로 탁구를 한다.

위단은 길거리 간식으로도 즐기는데, 카레를 푼 육수에 어묵을 넣고 양념이 배도록 졸인 카레위단(咖喱魚蛋)이 제일 흔하다. 위단은 예부터 광둥 지역의 간식이었다. 1950년대 영국인을 따라 인도인이 대거 홍콩에 상륙했는데, 이때 카레가 들어왔고 끝내 카레위단이 탄생했다. 중국 음식과 인도 음식이 만나 홍콩 음식이 만들어진 셈이다. 생선의 자투리 부분을 반죽해서 쓰는 위단이나 카레 모두 값싸게 얻을 수 있는 재료여서 카레위단은 빠르게 홍콩 식탁을 점령할 수 있었다.

위단은 나무 꼬치에 5~6개씩 끼워서 판다. 꼬치 하나에 대개 10홍콩달러(HKD·약 1700원)씩 받는다. 홍콩 사람은 카레위단을 말할 때 ‘자극성’ ‘중독성’ 같은 단어를 자주 언급한다. 매운맛, 짭짤한 맛, 달짝지근한 맛 등 가게마다 저만의 조리법이 있다. 오늘도 홍콩의 거리에서는 위단 실험이 벌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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