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CJ바이오사이언스가 모회사를 통해 자금을 수혈받고 매출원 확보에 나섰다. B2C 진출과 동시에 내년까지 기술 수출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J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356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부터 이어진 적자의 고리를 끊지 못한 것이다. 같은 기간 매출 또한 전년대비 37.8% 감소한 35억원을 기록하며 극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최악의 매출과 지속된 적자의 원인으로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로 시작된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의정 갈등)에 따른 용역매출 감소가 지목된다. 또한 임대 수익 미발생 등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23년 말 연구개발(R&D) 자금 마련을 위해 모회사인 CJ제일제당에 강남 부동산을 매각했다. 투자자산이었던 강남 부동산 매출은 그간 기타매출로 잡히고 있었다. 2023년 기준 부동산 임대수익은 약 9억원으로 당해 연도 매출액 비중 16%를 차지했다.
부동산 매각 후 유일한 매출원으로 남은 용역매출도 의정갈등 영향으로 크게 줄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50여개 의료기관을 통해 '것인사이드'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 분석 플랫폼,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미생물 유전체 분석 서비스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내수 매출은 소폭 감소하는 등 의정갈등 영향을 보여줬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9년 코스닥에 기술특례상장한 천랩을 2021년 10월 인수하고 CJ바이오사이언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과 기존 보유 중인 레드바이오 자원을 통합하며 야심차게 제약바이오 산업에 뛰어들었으나 인수 이후에도 적자가 지속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최근에는 코스닥 상장사 관리종목 지정 요건 중 하나인 법차손 요건(최근 3년 내 2회 이상 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 손실이 자본의 50% 초과)과 매출 요건(매출 30억원 미만, 향후 매출액 100억원 미만으로 상향) 달성에도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기술특례상장 매출액 요건 유예 기간이 종료돼 매출액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코스닥 상장폐지 요건을 시가총액(시총) 40억원, 매출액 30억원에서 시총 300억원, 매출액 1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매출액 요건은 2027년 1월부터 단계적으로 상향될 예정이다. 2027년에는 매출액 요건이 50억원으로 올라 그전까지 35억원 수준으로 축소된 용역 매출을 회복하고 새로운 매출원도 창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 보호를 위해 최소 시총 600억원을 충족하는 경우 매출 요건(최소 매출액 0원)을 면제하는 완화 조항을 마련했기에 시총 1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CJ바이오사이언스 입장에서는 매출 요건을 걱정할 필요 없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법차손 요건 달성을 위해서라도 매출 회복을 신경 써야 하는 처지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법차손 비율이 3분기 말 기준 48.6%까지 올랐다. 지난달 CJ제일제당이 유상증자를 통해 400억원을 투입하며 법차손 비율이 44.73%로 떨어졌으나, 실적개선을 서두르지 않으면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해 다시 모회사 지원을 받아야만 하는 처지다.
실제로 CJ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소비자 대상(B2C) 스마일것 서비스를 출시했다. 스마일것 서비스를 구매한 소비자가 채변 샘플을 채취해서 보내면 분야별 분석 리포트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그동안 병원을 통해서만 검사가 가능했지만 소비자가 직접 받을 수 있게 서비스를 확장한 것이다. 의정갈등 상태로 매출이 줄자 새로운 판로 확보를 통해 매출 회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대상 서비스를 제공하며 추가 데이터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은 데이터 확보가 신약개발에 중요한 요소로, 확보한 데이터를 치료제 후보물질 발굴 등 다양한 곳에 적용할 수 있다.
최근 모회사에서 수혈받은 자금은 재무구조 개선과 신약 개발 자본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난해 '2024 뉴 비전(New Vision) 선포식'을 통해 2026년까지 기술수출 3건을 달성할 것이라며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설명한 면역항암제 'CJRB-101', 염증성 장질환 'CJRB-201', 퇴행성 뇌질환 'CJRB-302'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현재까지 주요 파이프라인의 비임상 연구개발 결과를 여러 학회에서 공개했지만, 아직 자체 파이프라인 임상 성과는 내지 못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상반기 중 CJRB-101를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와 함께 투여하는 국내 임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CJRB-101은 발효식품에서 분리된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란 생균을 활용해 개발 중인 경구용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이다. 암 조직 성장을 억제하는 'M1 대식세포' 반응을 활성화시키고 암 조직 성장을 촉진하는 'M2 대식세포'는 M1이 되도록 유도해 면역활성을 증가시키는 기전이다.
미국 임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임상시험 참여자를 모집했는데, 국내와 동일한 키트루다 병용요법 임상이다.
다른 두 핵심 파이프라인인 CJRB-201과 CJRB-302는 아직 비임상 단계로 각각 IND를 준비하고 있거나 IND 승인을 받아 임상 진입을 준비 중인 상태다.
CJ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그룹 웰니스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보다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만들 예정"이라면서 "CJRB-101은 CJ바이오사이언스가 확보한 면역항암 타깃 신약후보물질(로, 폐암, 흑색종 등을 적응증으로 한다. 또 후속 파이프라인으로 CJRB-201 등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