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 취임 직후 인공지능(AI) 관련 채용을 대폭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총원 15%를 구조조정하는 등 감원 소식만 들리던 인텔이 새 선장을 맞아 AI 중심 사업 전환에 나서는 구도다. 반면 적자 원흉으로 지목된 파운드리 채용폭은 축소돼 향후 사업 전개의 방향성을 짐작케 했다.

인텔은 7일(현지 시간) 글로벌 각지에서 총 919개 직무를 구인 중이다. 이 중 AI 관련 공고는 339개, 그래픽처리장치(GPU)는 302개로 나타났다. 주력 분야인 CPU는 377개, 파운드리는 97개다. 일부 분류가 중복되는 사례가 있으나 비주력 분야이던 GPU 관련 채용이 전체 3분의 1에 달한다. 창업 이래 CPU를 주력으로 삼아온 인텔에게 전례 없는 일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AI·GPU 관련 채용 중 대다수는 탄 CEO가 취임한 지난달 18일 이후 게재된 것으로 이날 중에도 십여건이 추가됐다. 근무 지역도 캘리포니아·오레곤·애리조나 등 미국부터 인도·말레이시아 등 글로벌 각지를 아우른다. 실리콘밸리 한 반도체 엔지니어는 “신규 고용이 얼어붙었던 인텔이 GPU 분야에서 대규모 공고를 올린데다 채용 광고까지 집행해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화제”라고 전했다.
탄 CEO는 지난달 31일 인텔 비전 행사 기조연설에서 고급 인재 영입을 위해 몸소 시간을 내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인재 유치가 최우선 과제임을 강조한 바 있다. 그 대상이 AI 엔지니어인 셈이다. 반면 전임 팻 겔싱어 CEO 재임 당시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던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구직 공고가 실시간으로 줄어드는 중이다. 탄 CEO가 파운드리보다 AI 칩셋에 무게중심추를 둔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탄 CEO가 구조조정에 대한 이견으로 지난해 9월 인텔 이사회를 떠났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시 탄 CEO는 중간관리자 대량 감원을 통한 조직쇄신과 AI 칩셋 중심 투자를 주장했었다고 한다. 마침 지난해 ‘가우디3’ AI 칩셋을 선보였음에도 네이버 외 뚜렷한 판매처를 찾지 못하던 인텔은 탄 CEO 취임 직후 IBM 클라우드에 납품 소식을 전하는 등 활로를 뚫고 있기도 하다.
탄 CEO는 AI 칩셋과 주변 생태계 개발에 집중하는 한편 적자 늪에 빠져 있는 파운드리는 협력설이 흘러나오는 TSMC의 노하우를 이식하며 경량화하는 전략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디인포메이션은 TSMC가 조인트벤처(JV)를 통해 인텔 파운드리 지분 20%를 인수하는 예비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