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합물반도체는 단순한 소재가 아닌, 미래 전략기술의 열쇠입니다. 기술 개발과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겠습니다.”
'차세대 반도체 기술의 실용화와 생태계 구축'을 핵심 전략으로 화합물반도체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이끌고 있는 박노재 한국나노기술원장 직무대행의 말이다.
한국나노기술원은 국가 연구개발 인프라 기관으로서, 나노소자와 화합물반도체 분야 산업화와 실용화를 선도해왔다. 나노소자의 연구개발(R&D)과 산업화 지원, 전문인력 양성, 산·학·연 협력 체계 구축을 통해 우리나라 나노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거점이다.
최근 반도체 산업이 초미세 공정과 고집적화를 넘어 고기능화와 차세대 소재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실리콘 반도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화합물반도체가 주목받고 있다. 이에 기술원은 질화갈륨(GaN), 인화인듐(InP) 등 고출력·고속 특성을 가진 소재 기반 기술 개발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박 원장 직무대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화합물반도체 에피웨이퍼, 이를 응용한 소자 기술 개발을 위해 450억원 규모 '차세대 화합물반도체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GaN 고전력 소자, InP 초고속 통신소자, 위성용 III-V 태양전지 등 다양한 전략 소자 개발과 핵심 공정 장비 구축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국내 유일 화합물반도체 기반 오픈 팹(Open Fab)을 운영하며, 연구자와 기업이 직접 장비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형 서비스 체계를 마련했다.
그는 “무료 교육을 이수하면 장비를 직접 사용할 수 있으며, 연간 100명 이상이 실습으로 실무 경험을 쌓고 있다”며 “이 시스템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개발 비용을 절감하고 독립적으로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인프라는 스타트업과 중견기업에 실질적인 힘이 되고 있다. 지난해 1만8700건 공정 및 분석 서비스가 제공됐고, 43건 기술 이전이 이뤄졌다. 기술지원도 후공정(OSAT) 분야 중심으로 강화하면서 15개 내외 지역 기업이 단계별 기술 지도와 전주기 컨설팅을 받고 있다.
기술원은 인재 양성과 창업 지원에도 주력하고 있다. 도내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한 '1인 창조기업 지원센터'는 입주기업에 연구 장비, 기술 컨설팅, 전문가 멘토링을 연계해 창의적 아이디어의 사업화를 돕는다.
기존 반도체 교육이 현장 실습에 집중됐다면 '나노스쿨'은 △통신 △전력 △센서 △우주·국방 등 4대 전략 분야 맞춤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설계부터 소자 제작, 측정까지 전주기 교육과 함께 장비 활용법을 가르쳐 오픈팹 활성화를 지원한다.
정부와 협력도 활발하다. 기술원은 과기정통부의 지원 아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규제 대응 등 국가 핵심 정책과 맞물려 움직이고 있다. 나노기술 연구개발·사업화(R&DB) 거점기관으로서, 기초 연구부터 산업 현장으로의 기술 이전까지 역할을 수행한다.
양자 기술 분야에도 발을 넓히고 있다. 양자 정보과학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E-Beam 노광장치 등 핵심 공정장비를 구축하고 있으며, 양자팹 인력 양성도 병행 중이다.
박 원장 직무대행은 “화합물반도체는 고온, 고전압, 초고속 등의 조건에서 실리콘이 구현할 수 없는 영역을 메워줄 대체 불가능한 기술”이라며 “전기차, 에너지하베스팅, 6G 통신, 위성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며, 반도체 기술의 다음 장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단순한 연구기관이 아니라, 나노산업 생태계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인프라 고도화, 기술 경쟁력 강화, 인재 양성을 통해 국가 반도체 전략을 현장에서 실현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원=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