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나선 유력 주자들이 지난 27일 마지막 TV 토론회에서도 외교적 우려를 살 수 있는 경솔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사실관계에 어긋나거나 외교적으로 중요한 상대국의 우려를 살 수 있는 내용이었다.
◇중국 관광객으로 북핵 방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날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서해 도서에 중국인을 위한 카지노 같은 것을 개설하면, 중국인들이 많이 와서 북한이 (우리나라를)공격하기 어렵다"는 김 후보의 과거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지금도 우리나라에 외국인들이 많이 관광을 오고 미군이 주둔하고 이런 것이 우리 방어력에 중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특히 중국인들도 서해와 가깝기 때문…"이라면서다.

그의 발언은 한국에 다수의 외국 국적자가 모이는 게 북한이 무모한 대남 도발을 머뭇거리게 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외국인을, 그것도 민간인인 관광객을 북한의 공격에 대한 방어와 연결짓는 것 자체가 한국이 이들을 단순 볼모처럼 인식하는 것 아니냐는 불필요한 의구심을 살 수 있다.
또 중국을 거명하는 등 특정 국가를 언급하는 건 해당 국적자를 일종의 방패막이처럼 생각하는 것이냐는 반박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김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수차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로 비유하기도 했다.
◇독특한 한국식 핵무장 가능?
핵무장론과 관련, 민감하게 들릴 수 있는 주장도 나왔다. 김 후보는 '자체 핵무장론'에 대한 입장을 묻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질문에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추진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또는 한국식의 독특한 방식도 얼마든지 협의할 수 있고, 핵잠수함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하고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최근 미 일각에서 한·일의 독자적 핵 운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트럼프 행정부도 전통적인 비확산 체제 수호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체 핵무장은 곧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핵우산) 포기를 전제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미국이 한국을 에너지 안보 상 주의를 요하는 민감국가로 지정한 마당에 유력 대선 후보가 이런 주장을 내놓는 것은 적절치 않게 보일 수 있다.

또 핵공유를 주장하다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거론한 것도 다소 뜬금없다고 보인다는 지적이다. 핵잠 자체가 북핵에 대응한 실효적 방어 수단인지를 두고 논란이 여전한 데다 핵잠 관련 기술 이전이나 개발 허용 등이 통상적 핵 공유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보는 시각도 많지 않다.
◇오물풍선 원인, 우리가 제공?
이재명 후보는 이날 접경지의 긴장 고조와 관련한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의 질문에 "이(윤석열) 정부의 강대강 정책 때문"이라며 "대북 풍선을 방치하는 바람에 대남 오물 풍선이 증가했고, 서로 쌍방소음 방송을 하며 격화됐다"고 답했다.

오물풍선과 확성기 대응, 북한의 맞대응 등으로 접경 지역의 긴장감이 이전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책임을 한국 시민사회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로만 돌리는 건 본말이 전도된 것일 수 있다. 이는 자칫 "한국 것들이 우리에게 살포하는 오물량의 몇십배로 건당 대응할 것"(2024년 5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이라는 북한의 논리를 답습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특히 전단 '방치'라는 표현은 표현의 자유 존중이라는 측면을 경시하는 것으로 들릴 우려도 있다. 2023년 9월 헌법재판소는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한 남북관계 발전법 관련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으로 결정했다.
◇러시아를 불필요하게 적대시?
이 후보는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도외시하면 안 된다. 지금처럼 불필요하게 적대할 필요가 없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한·러 관계 악화는 러시아의 불법적인 우크라이나 침공과 한국의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북한과의 군사 협력 때문이다. 이를 함께 짚지 않고 '불필요한 적대시'로 규정하는 건 균형감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미사일 방어, 우리 힘으로만?
그는 "사드 배치는 미국 방어용"이라는 과거 자신의 발언과 관련한 이준석 후보의 질문에 "이미 배치가 끝났기 때문에 굳이 이 문제를 꺼내는 것은 외교·안보 전략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한국은 한국의 독자적인 미사일 방어체제로 방어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굳이 과거 이야기를 조금 해보면, 그때 당시에는 (사드가)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이기 때문에 북한이 고고도 미사일을 쏘겠느냐, (그런 관점에서 사드 배치가) 필요하겠느냐는 논란이 현실적으로 있었다"고 덧붙였다.
북한 핵·미사일 억제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를 비롯한 3축 체계가 중심이 돼야 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체계 개발 완료 및 실전 배치까지 공백 등과 북한의 미사일 기술 고도화 수준을 고려할 때 중층방어체계 구축은 필수이며, 이를 위해 사드는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또 이 후보는 2017년 민주당 대선주자 TV 토론회에서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으로부터는 경제 보복을 당하고, 미국에는 종속되며, 일본과도 비정상 관계에 놓이면서 안보엔 아무 도움 안 되는 정책"이라며 철수를 주장했다. 당시 고고도미사일 논란도 있기는 했지만, 미국 종속과 경제 보복을 문제삼던 이 후보가 이제와 논리를 바꿨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외교·안보와 관련된 사안은 매우 민감하기에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국익을 위해 중요하다"며 "새 정부 출범 이후 국익 증진을 위한 외교적인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후보들은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