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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저가 공세에 트럼프 스톰 덮쳐 사면초가인데
관세 비판 성명서 발표도 모자랄 판에 자해극 벌이나
현대제철이 1953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부분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임금·단체협약을 둘러싸고 노조와 갈등을 벌여 온 이 회사는 엊그제 당진제철소 냉연공장의 핵심 공정을 무기한 폐쇄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가전 등에 쓰이는 고부가가치 냉연강판의 생산이 중단됐다. 국내 대규모 사업장의 직장폐쇄는 2012년 자동차 부품사 만도 이후 13년 만이다.
노조에 파업권이 있듯이 사용자도 노조법에 따라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 직장폐쇄를 하면 근로자는 사업장에 출입할 수 없고, 임금도 받을 수 없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9월 이후 22차례 임단협 교섭을 했지만 성과급 문제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의 이 회사 노조는 지난달부터 총파업과 부분파업을 이어왔다. 이달 들어 파업 손실액이 254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철강 업계는 안팎의 어려움으로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와 국내외에서 경쟁해야 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25% 관세 폭탄에도 노출돼 있다. 철강 불황에 지난해 현대제철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144억원으로 전년보다 60%나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직원 성과급 지급 비용까지 추가로 반영하면 지난해 영업이익의 절반이 날아간다고 한다. 현대제철은 관세 장벽을 넘기 위해 미국 현지에 최대 10조원 규모의 제철소 건립을 검토 중이다. 해외 생산이 늘면 국내 일자리는 그만큼 줄어든다. 현대제철 노조는 회사 측이 제시한 1인당 2650만원의 성과급도 거부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현대자동차와 기아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한 것이다. 철강 위기에 자신들의 일자리가 흔들리는데도 누울 자리도 보지 않고 발을 사납게 뻗고 있다. 미국 최대 자동차 산업 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는 트럼프의 관세 폭탄을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우리 철강노조라면 관세로 우리 일자리를 흔들지 말라고 성명서 한 줄이라도 내놓으며 정부의 협상력을 높여줘도 모자랄 판에 엉뚱한 자해극만 벌이고 있다.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어제 담화문에서 “지금은 갈등을 심화시킬 때가 아니다. (노사가) 하나가 되어 어려움을 헤쳐가야 할 절체절명의 시점”이라며 파업 철회를 호소했다.
어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1.9%에서 1.5%로 0.4%포인트나 낮췄다. 경기를 살리기 위한 안간힘이겠지만 거시정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답답한 경제를 살리려면 노조의 행태도 달라져야 한다. 반도체법의 주 52시간 적용 제외에 반대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에 눈 감으며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데 인색한 기득권 노조의 이기주의가 바뀌지 않으면 한국 경제에 희망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