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객수요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항공업계가 일본 기존 노선을 늘리는 것은 물론 소도시 노선까지 새롭게 취항하면서 발빠르게 수요에 대응한 덕이다. 중국 중심의 화물사업의 성장세까지 맞물리면서 국내 항공사들도 준수한 성적표를 받을 전망이다.
10일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일본 출발‧도착 항공편은 10만 614편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전체 국제선 여객 중 일본 여객의 비중도 28% 수준으로 단일 국가 기준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6%)에 비해 두 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일본을 찾은 여객 수도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일본 출발‧도착 여객 수는 1832만 557명으로 나타났다. 기존 최고치였던 2019년(1560만 6187명)보다 17.4%가량 많았다. 9월 국제선 여객이 가장 많이 찾았던 ‘톱3’ 여행지도 모두 일본이었다. 나리타(39만 4600명), 간사이(33만 8640명), 후쿠오카(26만 4600명) 순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근 항공사들이 좋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었던 ‘황금알’이 일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본 여행의 열기가 폭발적으로 번지는 데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엔저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일본 여행이 상대적으로 값싼 가격에 가능해지면서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늘고 있던 여행 수요를 끌어 모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국내항공사들이 일본행 항공을 증편하는 등 수요 대응에 빠르게 나서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내항공사들은 기존 노선증편 뿐 아니라 ‘N차 일본 여행객’들을 위한 소도시 취항에 나서면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우선 대한항공은 24일부터 구마모토 노선에 매일 1회 운항을 시작한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노선 운휴에 들어간 지 27년 만이다. 이스타항공은 도쿠시마 노선에 신규취항해 12월부터 운항에 나설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가고시마 노선 운항을 재개했고 진에어는 마카마쓰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일본 여객수요의 증가는 과거 중국 중심의 여객산업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국은 2019년 국제선 여객 중 23%를 끌어들이며 당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화물사업 중심으로 변화한 상태다. 중국은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알테쉬) 등 전자상거래가 성장하며 올해 1~3분기 단일 국가 중 가장 높은 비율인 16.2%를 차지했다. 중국 노선의 총 화물량은 52만 6439톤이다.
일본노선의 여객수요와 중국노선의 화물수요를 ‘쌍끌이’로 끌어오면서 항공업계는 최근 꾸준히 준수한 성적표를 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3분기 4조 2408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제주항공은 3분기 영업이익 395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 2분기 냈던 적자를 만회했다. 진에어는 역대 3분기 최대 매출(3646억 원)을 기록했고 402억 원 영업이익으로 2022년 4분기 이래 8개월 연속 분기 흑자를 냈다. 진에어 측은 인천∼일본 다카마쓰 노선의 신규 취항 등을 통한 매출처 다변화를 호실적 배경으로 꼽았다. 실적 발표를 앞둔 아시아나항공, 티웨이항공 등 나머지 항공사들도 실적을 개선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노선의 폭발적인 성장과 중국 화물 사업의 꾸준한 확장이 항공업계에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며 “두 가지 축이 함께 작용하면서 국내 항공사들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