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심준보 기자] 한국 증시가 박스권에서 맴도는 동안 미국 주식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으로 발길을 돌리며 올해 3분기 한국인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기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주식 투자에 나선 ‘서학개미’들을 대상으로 수수료 인하 등 공격적인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주식의 상승과 투자자들의 유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 정책 강화와도 관련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 기업 규제 완화, 대중국 압박 강화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이에 대한 기대감이 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의 상승을 이끌었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 대선 직전인 지난 9월과 10월 미국 외화증권 보관 금액은 소폭 감소했으나 이달엔 약 1013억달러(142조원)를 기록했다. 최근 S&P 500 지수는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대선기간 한주간 5% 넘게 올라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으며 나스닥은 같은 기간 5.53%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반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1.04% 만큼 하락한 상황이다.
서학개미의 증가는 국내 증권사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수익 구조에서 해외 주식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커졌다. 키움증권의 경우, 3분기 기준 해외 주식 수수료 수익이 전체 브로커리지 수익에서 41.1%를 차지했으며, 이는 1년 전의 28.8% 대비 50% 가량 증가한 증가한 수치다. 미래에셋증권의 3분기 해외 주식 수수료 수익 비중도 전년 대비 18.7%에서 두배 이상 급증한 40.8%로 실적을 견인했다. 삼성증권도 21.5%에서 37.2%로 확대됐다.
국내주식 수수료는 줄고 해외주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주식 수수료는 급증한 영향이라는 해석이다.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해외주식 브로커리지의 비약적 성장이 주목할 부분"이라며 "2분기 전체 주식 브로커리지 수익 중 해외주식 비중이 25%로 전년 대비 7%포인트나 상승한 바 있다"고 짚었다.
서학개미가 증권사 수익의 중요한 고객군으로 자리 잡으면서 각 증권사는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이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정기 투자하기’ 서비스의 거래 가능대상을 미국주식 소수점 가능 종목 뿐만 아니라 미국 주식 전 종목으로 거래 가능 대상을 확대했다.
KB증권은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22개 상품에 대한 수수료 할인과 함께 거래량에 따른 지원금을 지급하는 ‘해외선물옵션, 수수료 할인에 지원금을 더하다’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250만원 이상의 양도차익이 발생한 고객을 대상으로 양도소득세 절세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예상 양도세 금액 산출과 절세 전략을 안내함으로써 고객들이 절세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다.
트럼프의 정책 강화와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 증가 속에서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투자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홍지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트럼프의 법인세 인하, 관세 부과, 재정 확장, 규제 완화 등을 통한 제조업 육성은 미국 기업들의 직접적인 이익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