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한 건씩 나오는 상법 개정안…모호한 개념에 기업 '우왕좌왕'

2025-07-21

최근 주가 상승에 고무된 더불어민주당이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도입 이후 자사주 의무 소각 등 각종 상법 개정안을 빠르게 밀어붙이면서 현장에서 법규를 준수해야 하는 상장사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모든 주주의 공평한 대우라는 모호한 개념을 정관 등에 반영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사주를 소각해야 하는 시점 등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는 실정이다.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9일부터 17일까지 자본시장과 관련한 상법 개정안만 7건이 발의됐다. 특별배임죄를 삭제하는 김태년·차규근 민주당 의원안을 제외하면 자사주 의무 소각 관련 법안 3건(김남근·김현정·차규근)과 권고적 주주 제안권(이소영), 집중투표제 의무화 및 감사위원 전원 분리 선출(신장식) 등으로 대부분 소액주주 보호와 관련한 내용이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법안이 발의된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등을 담은 1차 상법 개정안이 이달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자마자 2차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관련 내용을 다루는 각종 세미나마다 기업 관계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자체가 모호한 개념인 데다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에 대한 최대주주의 3%룰 도입, 독립 이사 변경 및 의무 선임 비율 조정, 전자 주주총회 도입 등 새로운 내용이 대거 포함돼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달 29일 서울대 금융법센터가 주최하는 ‘이사 충실 의무 도입에 따른 실무상 쟁점’ 세미나는 일정이 공개되자마자 마감됐다. 선관주의의무와의 관계부터 배임죄, 주주 손해배상 청구 등 전체적인 내용부터 물적·인적 분할, 경영권 방어,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 등 개별 사안에 대한 쟁점을 두루 다룰 예정이다. 같은 날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개최하는 ‘개정 상법 실무 이슈 및 대응 설명회’도 250명 정원이 꽉 찼다. 상법 개정에 대한 실무 대응 방안을 설명하는 자리인 만큼 기업 담당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등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은 이달 4일 ‘기업지배구조 전략센터’를 출범하는 동시에 상법 개정 관련 세미나를 열었는데 접수 시작 10분 만에 현장 참석이 마감됐다. 삼정PwC 거버넌스센터도 11일 웨비나를 열고 개정 상법 내용을 해석하고 기업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4일 법무법인 광장의 회사법 전문 변호사들과 함께 기업의 준비 사항을 설명하기로 했다.

상법 개정 이후 기업 관계자들이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지점은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어떻게 현실화하느냐는 것이다. 최대주주와 소액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다소 모호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공평한 대우를 어떻게 평가하고, 지분율에 따른 실질적 대우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등 형식적이고 실질적인 내용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 합병·분할·유상증자 등 기업의 자본 구조를 변경하는 의사 결정은 더욱 접근이 어렵다. 주주 충실 의무를 반영하려면 정관을 바꿔야 하는데 이는 주총의 특별 결의 대상이다.

홍지윤 삼일PwC 파트너는 “소송은 우발 사건이고 상존하는 리스크가 아닌 만큼 지나치게 매몰돼 필요한 준비를 놓치면 안 된다”며 “절차를 일관성 있게 관리하되 주관적 감정 등 불만은 주주 소통을 전담해 고객서비스(CS)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장사 입장에서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보다 부담스러운 것이 자사주 의무 소각이다. 자사주를 모두 소각할 경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33% 미만으로 하락하는 곳이 871개사로 추산될 만큼 경영권 위협에 즉각 노출되기 때문이다. 주주 권익 침해 논란 등으로 교환사채(EB) 발행 등 자사주 활용 계획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문제는 국회에 제출돼 있는 자사주 의무 소각 법안만 3건인 데다 각각 취득 후 소각 기간이 3년(김현정), 1년(김남근), 6개월(차규근) 등으로 제각각이라는 부분이다. 기보유 자사주 처리 방법이나 자사주 보유가 가능한 요건도 모두 다른 만큼 추후 논의 과정에서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상법 개정안이 쏟아지자 현재 자사주를 보유 중인 상장사들은 대처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유가증권 상장사의 한 관계자는 “자사주를 모두 없애라고 하는데 언제까지 소각해야 할지, 소각 이외 다른 방법으로 보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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