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코스피 3000법’ 될라

2025-07-21

“노란봉투법은 네이밍의 위력이 세다.”

최근 경총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들은 얘기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노란봉투법으로 부른다. 쌍용차 사태로 2014년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고 이에 따른 급여 가압류로 힘들어하는 노동자에게 월급봉투를 상징하는 노란색 봉투에 성금을 담아 전달하는 캠페인이 이어졌다. 노동자들이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를 바라는 애틋한 마음을 담았으니 법안의 취지 자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대기업 하청 줄이는 유인될 수도

여대야소 문재인 정부도 소극적

노사정 함께 숙의 과정 꼭 거쳐야

하지만 세상일이 선의대로만 흘러가진 않는다. 기업의 우려는 이미 많이 알려졌다. 간단히 정리하면 첫째,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문제다. 사용자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많으면 수천 개의 하청 노조와 교섭해야 할 수도 있다. 대기업이 하청을 회피하는 유인이 될 것이다.

둘째, 노동쟁의 대상이 확대된다. 현행법은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쟁의행위만 할 수 있지만 근로조건을 둘러싸고도 쟁의를 할 수 있게 된다. ‘결정’이란 두 글자가 빠졌을 뿐이지만 쟁의 대상이 많이 늘어난다. 징계, 부당해고, 해고자 복직은 물론이고 투자 결정,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등 사용자의 경영 판단까지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영권이 침해되고 교섭기간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업의 걱정은 괜한 소리가 아니다.

셋째, 손해배상 책임을 배상의무자 개인별로 잘못한 정도에 따라 나눠 묻자는 건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현실에선 잘 작동하지 않는다. 파업 시 사업장을 점거해 복면을 쓰거나 CCTV를 가리고 불법 쟁의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입증 책임은 사용자 몫이다. 사용자가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를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법원은 손배 청구를 기각할 것이다.

이런 지적이 기업의 엄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간담회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시간 좀 달라”는 대기업 노무 담당 임원들의 하소연이었다. “관세 협상의 향방을 노심초사하며 기다리며 글로벌 생산 전략을 어떻게 다시 짤지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노조법으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생기면 너무 힘들다” “급하게 서둘지 말고 시간을 좀 갖고 충분히 논의해서 가자”는 호소가 기억에 남았다. 관세 협상은 상대가 있으니 100% 우리 뜻을 관철하긴 힘들다. 반면에 노란봉투법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다.

노란봉투법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청문회에서 노란봉투법을 곧바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속도전을 펼칠 게 아니라 과거 민주당 정부의 고민을 곱씹어봐야 한다. 노란봉투법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민주당의 대선·총선 공약이었다. 하지만 정작 2020년 21대 총선에서 다수당이 됐지만 법안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국회 환노위에서 노란봉투법이 논의된 건 한 차례뿐이었다. 당시 문재인 정부의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은 2020년 12월 국회에서 “법률의 원칙을 흔드는 특례조항이 많다. 신중하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노조법 적극 추진으로 돌변한 건 ‘닥치고 공격’이라는 정략적인 이유가 컸다.

새 정부 들어 고용노동부가 사용자의 범위를 구체화하는 등의 대안 입법을 마련했다지만 경영계는 여전히 불법 파업을 막지 못한다고 걱정들이 많다. 정권 초기 “양극화 등 일자리 문제에 책임이 있는데도 반성이 없다”며 경총을 대놓고 비판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친노조 법안에 소극적이었던 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었을 것이다.

코스피 5000을 향한 증시 분위기가 좋다. 여당은 코스피 5000 특위만 가동할 게 아니라 노란봉투법이 증시 밸류업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노사정과 함께 숙의 과정을 꼭 거쳐야 한다. 노란봉투법이 ‘코스피 3000법’이 되는 일은 제발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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