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컴퓨터가 파란색”…디지털 문맹 문제 해결하려면 [트랜D]

2025-05-01

“컴퓨터가 갑자기 파란색(블루스크린)이 됐는데 어떻게 해야 하니?“ “공인인증서 발급받아야 하는데 무슨 메뉴를 눌러야 하는지 모르겠다”

부모님의 이런 다급한 연락, 누구나 한 번쯤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자식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카페나 식당에서도 키오스크 앞에서 서성이는 노인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터치스크린 화면 앞에서 메뉴를 찾지 못해 당황하거나 결제를 시도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돌아서는 모습을 보면, 디지털 기술이 모두를 위한 편의가 아니라 일부에게는 장벽이 될 수도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러한 일상적인 장면들은 모두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 격차를 드러냅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단순히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정보를 이해하고 필요한 기능을 찾아 활용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오늘날 디지털 리터러시는 생활의 편의를 넘어서, 생존을 위한 필수 소양이 되고 있습니다.

특성 세대 문제 아니다…보편 문제 된 디지털 문해력

문제는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IT 기술이 인간의 학습 속도와 적응 능력을 압도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이메일을 보내고 인터넷 검색을 할 줄 알면 디지털에 밝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인공지능(AI) 챗봇을 이용한 고객 상담, 키오스크를 통한 무인 주문, 모바일 인증서 관리, 클라우드 스토리지 사용 등 복잡하고 다양한 기술이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습니다. 기술 발전의 속도는 인간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디지털 리터러시 문제는 이제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모두 직면한 보편적인 사회 문제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최근 일어난 SKT 유심 해킹 사건입니다. 유심 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되는 심각한 사건이죠.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유심 변경이나 PIN 설정과 같은 보안 조치를 어떻게 하는지 알기 어렵고, 전용 앱에 접속하는 메뉴를 찾기부터 쉽지 않습니다. 빠른 조치와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디지털 리터러시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습니다.

비슷한 문제는 무인 키오스크에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식당·카페·공공기관 등 다양한 장소에서 무인 주문 시스템이 빠르게 퍼지고 있지만, 고령층이나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이 과정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터치스크린의 사용법을 몰라 당황하거나, 메뉴를 찾지 못해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은 이제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습니다. 디지털이 일상화된 만큼,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는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디지털 문해력 향상 위한 현장 교육부터 AI 맞춤형 기능까지

디지털 리터러시 문제를 인식한 정부와 민간은 여러 대응책을 마련해왔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디지털 포용 정책’을 통해 전국에 ‘디지털배움터’를 설치하고 무료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어디나 지원단’을 운영해 키오스크 사용법과 공공서비스 이용법 등을 현장에서 직접 안내하고 있죠. 이동 통신 3사 역시 ‘시니어 디지털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자체 운영해 스마트폰 사용법이나 모바일 앱 활용법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디지털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다양한 혁신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전 마이크로소프트 임원이 개발한 ‘인터치(Intouch)’라는 서비스는 AI 음성 비서 ‘메리(Mary)’를 통해 고령자에게 매일 5~10분간 전화 통화를 제공합니다. 이 서비스는 고령자의 정서적 안부를 확인하고 가족에게 요약 리포트를 전달하여 고립감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뉴욕주에서는 ‘조이(Joy)’라는 TV 기반 AI 동반자가 시범 운영되고 있으며, 고령자의 TV를 스마트 케어 허브로 전환해 대화·인지 게임·약 복용 알림 기능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미국 전미노인협회는 통신사 AT&T와 협력하여 고령자 대상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테크부머스(Techboomers)’라는 온라인 플랫폼은 시니어와 디지털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유튜브·넷플릭스·페이스북 등 다양한 서비스 사용법을 쉽게 설명하는 무료 튜토리얼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랜드패드(GrandPad)’라는 스타트업은 고령자 맞춤형 태블릿을 제작해 간편한 조작만으로 영상통화·사진 보기·메시지 전송 등을 가능하게 하는 제품을 내놨습니다.

AI가 만드는 맞춤형 리터러시 교육

디지털 리터러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여러 곳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를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인간이 모든 변화를 따라잡으려 하기보다 기술이 인간에게 맞춰야 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기술이 강력한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AI는 디지털 초보자들을 위한 개인 맞춤형 가이드가 될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행동 패턴과 이해도를 분석해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 어떤 오류가 발생했는지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즉각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서 새로운 인증서 발급이 필요할 경우 AI가 화면 위에 ‘이 버튼을 누르세요’, ‘다음으로 이동하세요’라는 식의 대화형 안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종이 매뉴얼이나 정형화된 동영상 강의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효과적입니다.

음성 기반 인터페이스 역시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 해소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키오스크를 조작할 때 복잡한 메뉴를 터치로 찾는 대신, “건강보험 조회해줘” “세금 납부 메뉴 열어줘”처럼 말로 명령하는 방식은 고령층의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복잡한 기술을 자연스러운 인간 언어로 다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모바일 앱 자체도 사용자 친화적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큰 글자·명확한 색상 대비·직관적인 버튼 배열·음성 안내 기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특히 정부 관련 서비스 앱은 이러한 ‘쉬운 모드’를 의무적으로 지원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합니다.

기술이 사람에 맞춰야…문해력은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

우리는 더는 사람이 기술을 배우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기술이 사람을 이해하고, 기술이 사람에게 맞춰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AI·VR 같은 첨단 기술은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인간 중심의 설계와 지속적인 지원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빠르게 발전하더라도 기술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디지털 격차 해소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이며,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발판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기술이 인간을 돕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고민과 실천을 이어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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