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민 기자 fiveb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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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인수 후 투자 등 뒷전... 예견된 실패 ‘기습 기업회생절차’ 핵심 광물·반도체 전략 소재 등 국가 기간산업 핵심 기술 유출 고려아연 국제 경쟁력 약화 우려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인수를 추진하면서 국내외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 경영 실패로 드러난 MBK의 기업 운영 방식이 고려아연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MBK가 인수한 후 부동산 매각과 차입금 상환에 집중하며 투자와 경영 개선이 뒷전으로 밀렸다. 그 결과, 대형 유통업체였던 홈플러스는 올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며 사실상 경영 실패를 인정해야 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는 고려아연 지분 7.82%를 확보하기 위해 약 1조5천억원을 투입했으며, 이 중 70% 이상이 차입금이었다. 이처럼 대규모 차입을 기반으로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은 필연적으로 자금 회수를 위한 구조조정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고려아연이 생산하는 안티모니, 인듐, 텔루륨 등 핵심 광물과 반도체 황산, 연, 아연 등 전략 소재는 국가 기간산업과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MBK가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핵심 기술 유출 및 생산 구조 조정 가능성이 제기되며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법원은 영풍이 제기한 임시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MBK·영풍 측이 이사회 장악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러나 MBK·영풍 측은 정기주주총회 이후 임시주총회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이사회 장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시간 문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MBK의 고려아연 인수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경계하는 분위기다. 미국 연방 하원의원과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 다수의 정치인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이에 따른 미국의 안보 위협 가능성이 지적되면서, MBK의 인수가 글로벌 공급망과 국가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MBK가 10년간 홈플러스 경영하면서 명백하게 보여준 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아닌 ‘MBK라는 펀드의 이익과 해외 투자자들을 위한 이익 회수’”라며 “홈플러스 실적이 뒷걸음질치고 기습적인 기업회생절차로 홈플러스 근로자와 많은 국내 채권자, 특히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떠넘기는 사이 김병주 회장의 MBK와 해외투자자들은 충분한 내부수익률에 기반해 홈플러스 손절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MBK 입장에선 매년 1조원 안팎의 에비타(EBITDA)를 내는 고려아연과 세계 1위의기술 및 중국이 경계하는 여러 사업 부문들이 얼마나 탐이 나겠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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