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경기 불황의 여파로 코스닥 상장 바이오기업들이 잇따라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적인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경영권 매각을 희망하는 상장 바이오기업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이들 중 A사는 신약개발기업으로, 시가총액이 500억원 미만이다. 수차례 인수 후보자들과 접촉했으나 매각이 성사되지 않고 있다.
A사는 기업 매각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과 신약 파이프라인 정리 등을 진행 중이다. 50억~100억 원 수준에서 회사를 매각하는 것이 목표다.
또 다른 매물인 신약개발 인프라기업 B사는 연간 4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나,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적극적인 매각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50억 원 이상의 전환사채(CB) 부담이 투자자들의 선뜻 인수를 결정하지 못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M&A 시장에 공식적으로 나온 기업도 있다. 테라젠이텍스는 지난해 11월 메드팩토 지분 14.65%(493만1039주)를 매각하겠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인수를 공식적으로 밝힌 곳은 없는 상태다.
메드팩토는 김성진 대표와 우정원 사장 등이 자사 주식 약 10만 주를 장내 매입하며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고 있다.
바이오기업의 매각은 난관이 많다. 확실한 수익 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투자와 적자를 감수할 인수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R&D의 핵심인 최대주주가 변경될 경우 연구개발 지속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진다.
다만 HLB그룹처럼 적극적인 M&A 전략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사례도 있다. HLB는 노터스(현 HLB바이오스텝), 크로엔(HLB바이오코드), 파나진(HLB파나진), 바이오스퀘어, 제노포커스(HLB제넥스) 등 다양한 기업을 인수하며 신약개발을 넘어 바이오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그룹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특히 HLB파나진은 퀀텀닷 기반 면역진단 기업인 바이오스퀘어를 인수하며 진단 분야로의 확장을 도모하는 등 M&A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기업의 사업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매각을 희망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M&A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 보니 상장사의 이점을 활용하려는 ‘기업 사냥꾼’ 등에 노출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