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당당'으로 활동하는 심미섭 에세이집
낮에는 대선 캠프서 여자 대통령 만들고
밤에는 데이팅 앱 통해 레즈비언 데이트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에세이집 '사랑 대신 투쟁 대신 복수 대신'(반비)은 '내가 사랑한 여자들을 처분하기 위한 117일의 분투기'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여자, 저 여자 닥치는 대로 사귄 플레이보이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인 심미섭은 2024년 12월 7일, 12·3 내란 이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에서 당당하게 레즈비언 페미니스트로서 목소리를 높인 주인공이다. 혐오 없는 평등한 집회를 요구한 이날의 발언은 그 이후로도 계속된 네 달간의 광장에서 여성과 소수자의 자리를 마련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책은 페미니스트 정치 세력화를 위한 단체 '페미당당'을 친구들과 함께 만들고, 낙태죄 폐지 운동을 비롯해 다양한 페미니즘 의제를 다루며 활약해 온 심미섭의 첫 단독 저서다. 제20대 대선을 앞둔 2021년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한 여자 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저자는 진보 정당의 대선 캠프에 들어가기로 마음먹는다. 한국을 떠난 뒤 차별과 혐오가 덜한 해외에서 더 안심하며 지내게 되었다는 전 여자 친구의 말에, 투쟁을 통해 한국도 살 만한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다.
철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이며 페미니스트 활동가인 저자는 낮에는 진보 정당의 대선 캠프에 들어가 여자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일하고, 밤에는 데이팅 앱을 뒤적이며 끊임없이 레즈비언 데이트를 한다. 대통령 선거일인 2022년 3월 9일까지의 매일을 디데이 형식으로 세어나가며, 선거 캠프의 노동자이자 퀴어로서의 일상을 흥미진진하게 써 내려간다. 정당 정치와 한 사람의 생활을 병렬로 연결하며, 민주주의와 여성, 퀴어의 삶을 한데 꿰어 내는 117일 동안의 생생한 기록이다.
전 국회의원 장혜영은 "이런 박진감 넘치는 일기는 본 적이 없다"면서 "동성 애인과 막 헤어진 페미니스트 활동가가 홧김에 진보 정당의 대선 캠프에 들어가 새로운 일상을 꾸리며 써 내려간 '페미니스트 난중일기'"라고 평했다. 여성학자인 권김현영도 "말할 자리가 없으면 스스로 무대를 만들고 동료를 모아 방파제를 짓는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심미섭은 이제 책을 통해 자신이 짓고 만들어 낸 세계로 초대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해도 될까 망설인 적이 있는 사람에게 특히 권하고 싶은 책이다"라고 말한다. 저자 심미섭은 작가이자 활동가로 일하면서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