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구달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

2025-10-24

“희망을 잃지 마세요.”

10월 1일 한 시대를 풍미한 걸출한 인물이 이 세상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는 자칫 진부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희망에 관한 이야기였다. 1934년 출생해 91세로 영면한 제인 구달 박사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였다. 사후에 공개하기로 약속됐던 인터뷰 영상에서 구달 박사는 자신이 살아온 삶을 반추하며 사람들에게 남기고 싶은 주제로 ‘희망’과 ‘소명’을 선택한다.

‘희망’만큼 제인 구달 박사와 밀접한 단어가 있을까? 그의 대표적인 저서만 둘러봐도 <희망의 이유>, <희망의 책>, <희망의 자연>, <희망의 밥상> 등 ‘희망’투성이다. 희망이란 무엇일까. 제인 구달은 현재 지구가 공룡의 멸종과 같은 대멸종 사건에 필적하는 ‘여섯 번째 대멸종’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구달 박사는 자신이 연구하는 침팬지가 멸종위기에 처하고 아프리카, 아마존 같은 지역에서 숲이 충격적인 속도로 사라지는 것을 직접 보면서 동물학자에서 환경운동가로 변모했기에 누구보다 현재의 위기 상황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었다. 이처럼 인류의 앞날이 어두운 오늘날, 절망은 손쉽고 매혹적이기까지 한 선택지이지만, 그는 그것은 방종과 무책임이라고 말한다. 구달 박사에게 희망은 길고 어두운 터널 입구에서도 행동을 선택하는 훈련이자, 행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희망은 현실 부정이나 낙관주의가 아니라 현실을 인지하면서도 그것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불굴의 인간다움이다. 그리고 희망을 품고 매일 하는 행동이 쌓이다 보면, 결국 바위를 깰 수 있다는 것은 그저 말이 아니라 그의 삶이 축적한 결과다.

제인 구달은 자신의 소명이 희망을 전파해 사람들로 하여금 행동하게 하는 것이라 여겼기에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메시지를 전하고 실천에 옮겼다.

“내가 이 세상에 보내진 것은 엄혹한 시기에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함이라고 하겠어요.”

제인 구달은 사람에게는 누구나 이 세상에 온 이유인 ‘소명’이 있는데, 사는 동안 각자가 그것을 꼭 깨닫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한다. 자신의 소명이 희망을 전파해 사람들로 하여금 행동하게 하는 것이라고 여겼기에 90세에도 1년에 300일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메시지를 전하고 실천에 옮겼다. 그의 메시지는 모든 개인이 중요하며, 각자가 해야 할 역할을 할 때 변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구환경이 직면한 문제에 압도돼 무력감을 느끼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리는 일상의 선택이 배가되기 때문에 책임감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사망한 날 아침에도 그는 산불로 훼손된 언덕에 나무를 심기 위해 학생들을 만날 예정이었다. 카메라 너머 평생을 치열하고 일관되게 살아낸 한 여성의 따뜻하고 반짝이는 눈빛과 마지막 메시지가 긴 여운을 남긴다.

“포기하지 마세요. 아름다운 지구에 있을 때 최선을 다하세요.”

<지현영 서울대 환경에너지법정책센터 상근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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