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이르면 12월 공식 취임...수수료 이슈에 등 돌린 여론은 부담
쿠팡이츠 맹추격에 배달앱 1위 사업자 지위도 흔들...60% 반등도 과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을 선도한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배달앱의 배달비가 비싸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거센 도전에 직면한 것. 우아한형제들에게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다. 배달앱 이중가격 논란으로 사회적 문제가 된 배달 수수료 문제. 그 해결방안과 함께 우아한형제들의 '점유율 60%' 반등 묘책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배달 앱 '배달의 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방향키를 잡게 될 김범석 대표이사 내정자의 어깨가 무겁다. 우아한형제들이 설립된 이후 가장 큰 경영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유통 강자 쿠팡을 등에 업고 무료배달을 앞세워 무섭게 추격 중인 쿠팡이츠의 상승세를 꺾을 수 있는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중책도 주어졌다. 석 달간 진행된 배달상생협의체에서 배달앱 상생안 도출이 불발되면서 배민을 향한 정부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김범석, 이르면 12월 공식 취임...악화된 여론은 부담
김범석 대표 내정자는 이르면 올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 1월쯤에 공식 취임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임 대표로 내정된 김범석 대표는 이커머스 전문가로 통한다. 김 내정자는 트뤼키예 이커머스 업체인 '트렌디욜'의 음식 배달 서비스 '트렌디욜 고'의 창업자로, 미국의 조지워싱턴대를 졸업하고 튀르키예 코치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와 스페인의 음식 배달 서비스 '글로보'의 튀르키예 시장 출시를 주도하기도 했다.
김 내정자의 선임 절차는 아직 남아 있다. 조만간 우아한형제들의 이사회를 거친 뒤 주주총회에서 김 내정자의 선임 안건이 의결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이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초에는 김범석 내정자께서 공식 취임할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아직 이사회, 주주총회 의결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신임 대표는 공식 취임 이후 올해 더욱 경쟁이 치열해진 국내 배달앱 시장을 마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배달의 민족의 방향키를 잡은 이후에는 그의 앞에 놓인 산적한 현안 해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수수료 갈등으로 나빠진 여론이다. 수수료 갈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배달앱 1위 사업자인 배민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이날 열릴 예정인 9차 배달상생협의체에서 배달 수수료 비율이 결정된다면 배달 수수료체계를 바꾼 뒤 여론을 달래기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범석 대표에게 주어지는 첫 임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배달앱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상생 방안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23일 '8차 상생협의체'를 열고 배달앱 사업자와 자영업자가 의견 조율에 나섰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견해 차이만 확인하고 헤어졌다. 협의체가 출범한 지 3개월이 됐지만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배달앱 시장 점유율 1위인 배민 측은 상생협의체에서 매출액 하위 20% 업체에겐 수수료 2%, 하위 20~40%인 업체들에게는 차등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상생안을 제시했으나, 입점업체들은 이러한 상생안을 반대하며 수수료율을 5%로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배민 측은 매출액 하위 20~40%인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고객들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해야 그에 맞춰 수수료율 인하 폭을 달리하겠다는 의견을 내놨지지만 입점업체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더 큰 문제는 수수료 협상이 불발됐을 때다. 협상이 난항에 빠지자 배달앱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도 일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규제를 강화해 배달앱이 수수료를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최근 배민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이고 불공정거래 행위가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위가 지난달 규제 방안을 내놓았는데, 여당인 국민의힘이 배민을 포함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매출은 3조4000억원, 시장 점유율은 59%대에 머물지만, 앱 이용자는 1000만명을 넘어서며 지배적 플랫폼 기준을 한 가지만 충족한다. 규제 대상에 완전히 배제됐다고 볼 수도 없는 실정이다.
◆쿠팡이츠 맹추격에...'점유율 60%' 반등 중책도
또 시장 점유율 '60%'로 반등시키는 것도 신임 대표에게 주어진 중책 중 하나다. 배민은 국내 배달앱 1위 사업자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하는 고객 수는 갈수록 줄어드는 구조다. 후발주자인 쿠팡이츠가 쿠팡을 등에 엎고 무섭게 추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배민의 시장 점유율은 전달과 같은 59%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 9월 처음으로 60%를 넘은 뒤 61~62%를 유지하다가, 올해 4월 60.5%, 5월 60%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6월 59.2%를 기록하며 2년 만에 굳건할 듯 보였던 '점유율 60%' 벽이 허물어졌다. 지난 7월 소폭 반등한 59.4%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다시 한 달 만에 하락해 58%대를 기록했다.
반면 쿠팡이츠의 점유율은 배민과 다르게 상승 곡선을 그렸다. 쿠팡이츠의 지난달 점유율은 24%로 상승했다. 지난달(22.7%)보다 1.3%포인트(p) 뛴 수치다. 작년 5월까지 10%대에 머물렀던 쿠팡이츠 점유율은 지난 3월 쿠팡 와우회원 무료배달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인 지난 4월 두 배로 치솟았다. 배달앱 시장 판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배민 앱을 이용하는 고객 수가 줄어들면서 점유율에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배민의 지난달 월간 앱 이용자 수는 2254만명으로 전월(2276만명)으로 22만명 줄었다.
배민의 점유율과 엡 이용자 수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은 쿠팡이츠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쿠팡이츠의 무료배달보다 더 나은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고객 이탈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란 의견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배민이 쿠팡이츠에게 무섭게 추격당하고 있는 것은 무료배달보다 더 나은 소비자 혜택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현재 소비자들의 관심이 큰 이중수수료 문제의 주범으로 배민이 몰리고 있는 만큼 악화된 여론을 달래려면 고객 편의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를 선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nr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