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인계, 모니터링, TF 운영…‘재판 지연’ 해법 찾는 법원들 [박진영의 뉴스 속 뉴스]

2024-11-02

서울고법, 장기 미제 사유 후임자에 인계

민사 항소심 심리 모델 개선 방안도 논의

서울서부지법, 고분쟁 소액사건 전담 재판부

서울동부지법, 관련 세미나 정기 개최 예정

업무 변경 시 후임자에게 ‘메모’ 인계, 정기 모니터링, 세미나, 태스크포스팀(TFT) 운영….

조희대 대법원장이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기치로 내걸면서 ‘재판 지연’ 해소가 사법부의 최대 화두가 된 가운데, 각급 법원별로도 장기 미제 사건 관리를 강화하며 저마다 해법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2일 대법원을 제외한 각급 법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고법이 장기 미제 사건 관리와 신속한 사건 처리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데 적극적이다.

서울고법은 법관 인사 등으로 업무 분담이 바뀌면 장기 미제 사유, 기일 추정(추후 지정) 사유를 구체적으로 메모해 후임자에게 인계하고 있다. 기일 추정 사건의 경우엔 소송 관계인 등을 통해 추정 사유가 해소됐는지 여부를 확인해 기일을 지정한다.

서울고법은 또 자체적으로 ‘민사 항소심 심리 모델 개선 TFT’를 구성해 가동하고 있다. 서울고법은 “내년 3월 개정 민사소송법 시행으로, 항소장에 항소 이유를 적지 않은 항소인이 항소 이유서를 제출 기간 내에 제출하지 않으면 항소법원이 결정으로 항소를 각하할 수 있게 된다”며 “항소심 심리 모델을 수정하고, 신속한 항소심 재판을 위한 표준화된 심리 모델을 수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는 서울고법의 장기 미제 사건에서 민사사건이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올해 8월 말 기준 이 법원의 장기 미제 사건 646건 중 약 66.3%인 428건이 민사사건이다. 장기 미제 사유로는 ‘관련 사건 결과 대기’가 29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증거조사 지연’이 159건으로 뒤를 이었고, ‘재판부 심리 미진’은 52건에 그쳤다.

서울남부지법도 재판부별로 사건 관리 계획을 짜고, 분기별 기일 추정 사건을 점검하는 등 장기 미제 사건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 결과, 서울남부지법의 장기 미제 민사사건(1·2심)은 올해 8월 말 기준 1012건으로 전년(1228건)보다 감소했다. 전체 미제 사건 중 장기 미제 사건의 점유율도 같은 기간 5.06%에서 4.08%로 줄었다.

서울서부지법은 민사36단독 재판부를 감정, 증인 신청 등 증거조사가 필요한 ‘고(高)분쟁성’ 소액 사건을 전담하는 ‘집중 심리 재판부’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향후 이 재판부로 재배당된 사건 중 장기 미제 사건 현황을 분석해, 진행에 장애가 없는 사건이 방치되고 있진 않은지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해당 재판부를 유지해 다른 재판부들이 나머지 소액 사건을 신속히 처리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서울동부지법은 장기 미제 사건 현황을 파악하고 사건 처리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장기 미제 사건 처리 방안에 대한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법원 공무원인 참여관이 감정 신청 등 증거절차 이행 여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해 이행을 독촉하고, 재판장에게 보고해 증거절차 지연을 방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8월 ‘장기 미제 중점 처리 법관’을 도입한 뒤 올해 2월 법관 4명을 8개의 기업·건설 전담 합의부에 배치해 운영했으나, 지난 8월 사무 분담에 따라 가동 법관이 줄어 1년 만에 폐지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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