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과 의형제 ‘태안 천리포수목원’ 조성 기록물, 등록유산 된다

2025-03-18

충남 태안에 위치한 천리포수목원은 우리나라 첫 사립수목원으로 유명하다. 이곳을 조성한 이는 1946년 해방 한국에 연합군 중위로 처음 왔던 미국인 칼 페리스 밀러(1921∼2002). 한국·미국·일본을 오가며 살던 그는 1962년 천리포 해안가 땅 9000㎡ 규모를 사들인 것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의 묘목을 모아 수목원을 키웠다. 1979년 수목원을 재단으로 전환하면서 한국으로 귀화해 민병갈이란 이름을 얻었다. 현재 58만9000㎡ 규모의 수목원 가운데 6만5000㎡의 밀러가든이 일반에 공개돼 있다.

국가유산청은 18일 '태안 천리포수목원 조성 관련 기록물'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 예고했다. 여기엔 설립자 민병갈이 작성한 토지 매입 증서, 업무 일지, 식물 채집·번식·관리 일지, 해외 교류 서신, 개인 서신 등이 포함된다. 이를 통해 날짜별로 심은 식물 목록, 식재 위치, 첫눈을 비롯한 기상 기록과 토양 개량법을 실험한 내용 등을 알 수 있다. 서신들을 통해선 미국 농무부, 뉴욕식물원, 영국왕립원예협회, 국제수목학회 등 해외 기관과 수목원 업무 전반에 관해 논한 정황이 파악된다. 1970년 민병갈 가옥(해송집)을 짓게 되었다는 소식을 미국 친척에게 편지로 알리기도 했다.

국가유산청 측은 “천리포 수목원의 조성 과정과 상황 등이 비교적 상세히 기록되어 있고, 식물학과 미기후(국소 지역의 기후) 분야의 연구 자료로도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민병갈이 조성한 천리포수목원은 한류관광지로 사랑받는 남이섬 조성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도 유명하다. 민병갈과 1947년부터 인연을 맺었던 민병도(1916∼2006) 전 한국은행 총재는 그를 본받아 1965년 남이섬을 사들이고 지금과 같은 수목 낙원으로 키워냈다. 이들의 반세기 우정은 두 사람이 4년 차이로 세상을 뜰 때까지 계속됐다고 한다. 2012년 민병갈 타계 10주기를 맞아 천리포수목원과 남이섬은 형제확인서를 교환했다.

‘태안 천리포수목원 조성 관련 기록물’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등록 여부가 결정된다.

국가유산청은 이날 ‘부산 범어사 괘불도 및 괘불함’과 ‘국가표준 도량형 유물(7합5작 가로긴 목제 되)’ 등 2건을 국가등록문화유산 목록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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