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건설사 대표가 무죄를 선고 받은 사례가 나온 가운데 현행법을 ‘예방’ 중심으로 재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설 산업의 도급 구조와 외주·일용직 중심의 인력 운용 등 때문에 법 해석의 모호성이 커지고 각종 논란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전주지법 군산지원은 윤장환 삼화건설 대표의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2022년 1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안전 의무를 이행했다”는 원청 대표의 방어 논리가 인정돼 무죄가 선고된 첫 사례다. 원청의 수장이라는 이유로 무리한 기소가 가능해진 중대재해법 시행의 폐단을 끊어낸 판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급계약을 했다는 이유로 원청의 대표가 무조건 책임을 지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판례”라며 “중대재해법을 근거로 무리하게 기소한 검찰의 기소 남용으로 건설 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중대재해법에 대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중대재해법의 불명확성과 모호성으로 법 적용 및 해석에 많은 논란이 존재함에도 수사기관의 해석과 판단이 여과 없이 인정되는 사례도 있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제안했다.
업계에서는 중대재해법이 예방이 아닌 처벌을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며 완화를 제안했다. 대한건설협회는 4일 중대재해처벌법을 중대재해예방법으로 개정해달라는 내용을 포함한 성명을 발표했다. 협회 관계자는 “처벌이 아닌 예방에 초점을 맞춰 건설현장의 자율적인 안전관리와 경영 활동을 보장해 건설 안전 문화가 자발적으로 확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 역시 이 같은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중대재해법을 강화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징역형 1년이 중대재해법 하한으로 설정돼 있는데 법정형 하한이 과도하게 높게 설정돼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밝혔다.
특히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중소기업에 중대재해법 기소가 집중되고 유죄 판결로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인력·재정이 열악한 기업 대표의 형사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검찰이 중처법 위반으로 공소 제기한 62건을 분석한 결과 중소기업 62.1%, 중견기업 25.8%, 대기업 10.6%, 공공기관 1.5%로 나타났다. 중견 건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이행 준비가 부족해 사업주의 실형 가능성이 중소·중견기업일 경우 더 높다”며 “무죄로 드러나더라도 소송 과정 대응으로 폐업 가능성도 커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