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사업을 개시를 가로막는 장벽 역할을 했던 안전진단에 대한 부담이 사라질 전망이다. 안전진단의 명칭을 재건축진단으로 바꾸고 정비계획수립부터 조합설립을 진행하는 동안 함께 병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재건축 패스트트랙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예정이여서다.
13일 정계 등에 따르면 일명 '재건축 패스트트랙법'으로 불리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오는 14일 개최되는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재건축 패스트트랙법은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의 명칭과 시행시기와 추진위원회 설립시점을 바꾸고,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하는 등을 내용을 담고 있다.
안전진단에 관한 사항은 이번 개정안의 핵심으로 꼽힌다. 개정안에 따르면 안전진단은 앞으로 '재건축진단'으로 명칭이 바뀐다. 재건축진단은 사업시행인가 전까지 통과하면 된다. 이전까진 안전진단을 통과해야만 후속절차인 정비구역지정을 받을 수 있었다.
업계에선 안전진단을 추진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진단비용 모금에 대한 부담이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안전진단비용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성금으로 지출해야 해 모금과정에서 주민들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다른 절차를 먼저 진행할 수 있게 되면 조합설립 후 시공사를 뽑고 시공사의 사업비대여금을 활용해 진단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안전진단은 법적으로 입안권자인 기초자치단체(구청‧시청)의 예산으로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모든 재건축현장에선 주민들이 비용을 부담해왔다. 재건축 추진을 위해 주민들이 동의율 10%를 모아 안전진단을 요청하는 경우엔 요청자에게 비용을 부담하게 할 수 있는 단서조항이 있어서다.
정비계획입안도 더 수월해질 전망이다. 기존에는 토지등소유자가 정비계획입안 요청동의서나 제안동의서를 걷어야 해서 소유주들의 연락처 등을 수집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추진준비위원회나 예비추진위원회 등 단체를 만들더라도 법적권한이 부족한 비영리단체인 탓에 정보를 제공받는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개정안에는 정비계획수립 전에 법인으로 인정되는 추진위원회를 설립하고 추진위원회가 정비계획을 제안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총회 등에서의 전자투표도 법적으로 완전히 허용된다. 기존에는 조합원들이 총회장에 직접 출석하거나, 우편을 통해 서면결의서를 송달하는 경우에만 '의결권'을 인정했다. 개정안에선 온라인 전자투표를 허용하는 한편 총회도 온라인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길을 텄다.
정계에선 이미 여야의 합의로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만큼 무난하게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개정안의 시행시점이 6개월 뒤인 탓에 당장 수혜를 보기는 힘들 전망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안전진단 신청 후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진 늦어도 4~5개월이면 된다. 비용도 먼저 모금하고 시공사 선정 후에 돌려받느냐와 바로 시공사의 돈으로 하느냐의 차이만 있어서 개별 소유주들의 부담에는 차이가 없다"면서 "안전진단 모금이 막바지인 단지의 경우 굳이 개정안 시행 때까지 안전진단 신청을 미룰 필요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