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시는 제목이 다 했다. 사랑 말고는 뛰지를 말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사랑이야말로 뛰어야 할 ‘유일한 일’이라는 이야기다. 심장도 뛰고, 상대를 바라보려는 눈동자도 뛰고, 몸도 마음도 쿵쾅대며 뛰는 게 사랑 아니겠는가. “무쇠솥에서 뜨거워 훌훌 뛰는 참깨”처럼 사랑으로 날뛰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그때 좋았을까? 모르겠다. 뜨겁다고 비명을 지르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사랑이 어디 좋기만 할까? 마음과 몸이 어려 날뛰는 사랑을 만날 때에는 그저 세상에게 혼나는 기분이었다.
올해 ‘일흔여덟살의 3월’을 맞이한다는 김용택 시인은 여전히 3월 같은 눈을 가졌다. 아이처럼 세상의 온갖 것을 새것 보듯 바라보는 시인이다. 일흔여덟번 봄이 반복되어도 “바람아!” 부르며 강으로 뛰어가는 사람이다. 사랑이라면 언제고 다시 뛸 준비가 되어 있는, 어른의 식지 않는 마음이라니! 그 뜀은 분명 폴짝폴짝, 총총 새봄을 준비하는 만물의 심장 박동과 박자를 같이하리라.
시를 타자하는데 ‘사랑’이라는 단어를 자꾸 ‘살아’로 오타를 냈다. 일일이 수정하며 생각하노니 사랑이 사람을 ‘살아’ 있게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깨달음이 왔다. 이제 사랑을 보아도 괜히 주저앉아 풀 뽑는 시늉이나 하고 싶지만 그래도, 참깨처럼! 사랑이 살아 있다는 감각을 실어주는 유일한 일이라 믿고 싶다. 다시 또 봄이다. 빈 가지인데, 나무들은 꽃을 내보일 채비로 괜히 바빠 보인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을 보니 아직 나도 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두근두근!

박연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