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문

2025-03-17

문두흥 수필가/논설위원

사람은 누구나 문을 가지고 살아간다. 겉으로는 열린 듯 보여도, 막상 다가가 보면 굳게 닫혀 있는 경우를 보게 된다. 어떤 문은 자동문처럼 쉽게 열리지만, 또 다른 문은 암호를 알아야만 겨우 열린다. 그렇다면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떤 사람을 사귀어야 할까! 정답은 간단하다. 마음의 문을 여는 친구다. 문이 얼마나 오래 닫혀 있었든, 녹슨 경첩이 삐걱거리든, 그 앞에서 묵묵히 기다려 주고, 때론 유머로 문을 두드릴 줄 아는 사람이다.

심리학에서는 ‘안전한 애착’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편안한 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는 사람과의 관계가 삶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문을 여는 방식이다. 적절한 거리에서, 편안한 속도로 다가온다. 그들의 방문은 부담스럽지 않고, 말 한마디는 묘하게 마음을 열게 만든다. 때로는 진지하게, 유머러스하게, 결국엔 “그래, 이 친구라면 내 마음을 보여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유머는 필수의 명약이고 웃음은 문을 여는 최고의 도구다. 마음의 문이 녹슬고 오래 닫혀 있었어도, 따뜻한 농담 하나면 삐걱거리며 열린다. “요즘 어때” 라는 질문보다 “너 요즘 얼굴이 왜 이렇게 빛이 나냐”라고 말하면 혹시 같은 농담이라도 좀 더 쉽게 대화를 풀어가지 않을까.

우리는 이따금 심각한 대화를 나누려고 애쓰지만, 서로 관계를 깊게 만드는 건 사소한 농담과 가벼운 웃음이다. 문을 여는 친구는 진지함과 유머를 적절히 섞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문을 열어도 괜찮은 사람은 다르다. 상대방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할 줄 안다. 지금 당장 문이 열리지 않더라도 억지로 열려고 하지 않고 기다려 줄 줄 아는 너그러움이다. 가벼운 농담을 불편해하지 않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유머를 이해한다. 함께 있을 때, 이유 없이 경계심이 풀리는 편안함이다. 이 기준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우리의 마음을 열어도 되는 친구다.

문을 여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좋은 친구가 다가와도, 문을 닫고 있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너무 오래 닫아둔 문은 혼자서는 열기 힘들 수도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작은 시도이다. 먼저 가벼운 인사 한마디 건네기, 깊은 이야기 대신 소소한 이야기부터 시작하기, 상대의 말을 들으면서 마음의 틈을 조금씩 열어보기….

삶이 고통에 처했을 때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이 적응하지 못할 상황이란 있을 수 없다. 더구나 주위의 사람들이 자신과 똑같이 고통스럽게 생활하고 있는 것을 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고통을 겪고 있거나 겪어왔다는 사실을 명심할 일이다. 지금의 불운과 고통이 없다면 미래의 행운과 안락함도 찾아올 수 없는 법이다. 현실이 고통스러울수록 삶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침착하고 냉정하게 그 고통을 이겨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성과 감성이 한 몸이 될 때 열리는 것이 진실한 문이다. 이 문을 열어야 세상이 보인다. 마음이 따라주지 않으면 몸도 말을 듣지 않는다. 고집이 불통을 낳고, 대화 단절이 고립을 부른다. 열기보다는 닫기 더 쉬운 것이 마음의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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