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영국 초경량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의 플래그십 강남 전시장.
제비뽑기로 선발된 4개 매체 기자들 앞에 놓인 시승 차량은 로터스의 마지막 내연기관차 ‘에미라’, 브랜드 첫 전기차 퍼포먼스 세단 ‘에메야’,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는 첫 전기차 모델인 ‘엘레트라’ 2대, 이렇게 모두 4대였다.
시대를 풍미한 77년 역사의 막차를 탈 것인가, 로터스가 새로운 전설을 쓰겠노라 작심하고 내놓은 첫차에 오를 것인가. 영원한 난제, 짬뽕과 짜장면 중 무엇을 선택할지에 버금가는 고민이 시작됐다.
갈림길에 선 기자들은 결국 기착지인 경기도 가평의 한 카페에서 차량을 바꾸는 해법을 택했다. 운전자를 교대하면 두 가지 모델을 몰아볼 수 있으니, 아쉬운 대로 절충안을 제시한 셈이다.
에미라를 골랐다. 경쾌한 가속과 섬세하면서도 정교한 코너링을 자랑하는 로터스 특유의 내연기관 스포츠카가 이 차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시대의 종언을 고하는 차량이라고 하기에는 에미라의 디자인은 너무도 젊고 트렌디했다. 외관부터 단정하게 빗어넘긴 머릿결과 말쑥한 캐주얼 정장 차림의 청년을 떠올리게 했다. 로터스가 더 이상 내연기관차를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1948년 브랜드 창립 이후 쌓아온 모터스포츠 DNA와 로터스의 기술력이 오롯이 응축된 결정판이라 봐도 무리가 없는 모델이다.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낮게 설계된 시트가 온몸을 부드럽게 조여온다. 2도어 스포츠카인 에미라는 좌석도 운전석과 동승석 2개뿐이다. 당연히 패밀리카와는 거리가 멀다. 시트 뒤쪽 공간(208L)이나 엔진 뒤쪽의 트렁크(151L)에 짐을 실을 수 있지만, 넉넉한 실내 공간을 기대하긴 어렵다.
콤팩트한 공간에서 운전자와 차체가 하나 되는 혼연일체의 경지, 로터스가 지난 세월 추구해온 목표이기 때문이다. 간결하면서도 깔끔한 대시보드가 눈에 들어왔다. ‘가볍고 정확하게 달린다’는 지상 명제 아래 에어컨까지 포기할 만큼 경량화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온 로터스의 철학이 차량 내부 곳곳에 배어 있었다. 꼭 있어야 할 화면과 기능만 남긴 12.3인치 디지털 콕핏(계기판)과 10.25인치 중앙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이다.

운전석 높낮이와 등받이 각도, 좌우 사이드미러 조절을 마치고 가속페달을 지그시 눌렀다. 잠자고 있던 ‘맹수’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듯, 차체가 묵직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도심을 벗어나 고속도로에 올라섰다. 속도계 바늘이 올라가자 이번에는 우렁찬 엔진 배기음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앞바퀴를 한번 쳐들면서 내달리는 느낌이다. 에미라는 엔진을 차체 중앙에 배치한 후륜구동 모델로, 가속 시 하중이 뒤로 밀리며 힘을 노면에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꾸자, 엔진이 더 거칠게 으르렁거린다. 주행 질감은 그러나 이전(투어 모드)보다 훨씬 날렵해졌다. 소리는 요란했지만, 움직임은 재빨랐고 그러면서도 한결 여유가 넘쳐났다.
로터스자동차코리아 이수원 팀장은 “좌우 균형과 섬세한 조향 감각, 운전자와의 교감을 통한 주행의 재미가 오랜 세월 구축해온 로터스의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에메야로 바꿔 탔다. SUV(엘레트라)보다 하이퍼 세단(에메야)을 선택한 건, 비슷한 운전석 눈높이에서 막차(내연기관)와 첫차(전기차)의 극명한 대비를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에메야는 2017년 중국 지리자동차가 로터스를 인수한 후 추진해온 전동화·프리미엄 전략의 결과물로,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 럭셔리 세단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한국 시장에는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지금까지 모두 6대가 신규 등록돼, 지난해 9월 각각 출시된 에미라(172대)와 엘레트라(49대)보다는 성적이 저조한 편이다. 로터스 특유의 경쾌한 몸놀림, 경량화 소재, 낮게 깔리는 차체에서 전해지는 도로의 진동을 즐기는 마니아층이 아직 전기차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이날 몰아본 에메야는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이 인상적이었다. 귓전을 때리던 에미라의 엔진 소리가 에메야에서는 사라지고 없었다. 덩치가 커졌는데 코너링의 정교함은 여전했다. 특히 구불구불 산길에서도 에미라 못지않은 조향 성능을 자랑했다.

고속에서도 승차감이 안정적이었다. 노면 상태, 속도, 주행 상황에 따라 차 높이와 진동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전자 제어식 에어 서스펜션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전기차 모델에서도 단순함을 강조한 로터스의 브랜드 철학이 경쟁사들의 화려한 디스플레이와 다양한 기능에 익숙해진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얼마나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에메야로 고성능 럭셔리 전기차의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웠지만, 차기작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로터스자동차코리아 관계자는 “순수 전기 하이퍼 GT(그랜드 투어러) 세단 에메야의 최상위 트림인 에메야 R(글로벌 기준 에메야 900)의 한국 출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면서 “현재 국내 인증 절차의 막바지 단계에 있으며, 늦어도 내년 초 인증 완료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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