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안정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때 [BOK 경제강좌]

2024-12-20

2020년 우리나라의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섬에 따라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통계청의 인구추계자료 등에 의하면 내년부터는 국제순이동자수까지 고려한 총인구도 감소세로 전환하면서 이제 본격적인 인구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출생아 수가 지난 수십 년 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르게 감소해왔던 걸 보면 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우리나라의 출생아수는 1971년 102만 여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하여, 2002년에는 절반 수준인 50만 명이 붕괴되고 작년에는 불과 50여 년전인 1971년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23만여 명으로 줄었다. 이같이 반세기에 걸쳐 출생아 수가 가파르게 감소해온 점을 놓고 보면 최근까지 총인구가 증가세를 나타냈다는 사실이 오히려 의아해 보일 수 있다.

실제로 출생아 수는 전체 인구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지만 이 두 변수 간에는 세대를 뛰어넘는 긴 시차가 존재하는데 인구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시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출생아 수가 상당기간 추세적으로 증가하여 피라미드형 인구구조가 되면 이후 비록 출생아 수가 감소세로 전환하더라도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고령자세대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망자 수보다는 많기 때문에 총인구는 상당기간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출생아 수 감소세가 추세적으로 지속하면 결국 인구증가기에 출생했던 고령자세대의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서는 시기가 오게 된다. 이 시기를 정점으로 이후부터는 총인구가 감소세로 전환되며 출생아 수의 감소세가 멈추거나 어느 정도 반등하더라도 사망자 수의 추세적인 증가로 인해 총인구 감소세는 상당기간 지속되게 된다. 이와 같은 출생아 수 변화에 따른 총인구 변화의 모습은 마치 방향전환을 위해 거대한 선박의 키를 돌렸을 때 선박 본체가 움직이는 모습과도 흡사하다. 유조선이나 항공 모함과 같은 거대한 선박의 경우 반대 방향으로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 키를 돌려도 그 무게로 인해 곧바로 방향을 전환하지 못하고 조금씩 각도를 바꾸어 천천히 선회하면서 의도와는 달리 전방으로 상당히 긴 거리를 나아가게 되며 선박의 진행 방향이 의도한 대로 바뀌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일단 반대 방향으로 방향을 튼 다음에는 다시 원래 방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키를 돌려도 상당한 시간 동안 긴 거리를 키를 조작하기 이전의 진행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지난 반세기에 걸쳐 추세적으로 이어진 출생아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최근까지 증가세를 이어가던 우리나라의 총인구는 이제 막 감소세로 전환되고 있다. 감소로 방향을 튼 이상 우리나라의 인구구조와 인구의 속성상 총인구는 향후 장기간에 걸쳐 추세적으로 감소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출생아 수 감소가 수십 년에 걸쳐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급격하게 진행된 만큼 인구감소는 매우 가파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인구감소가 얼마나 가파르게 진행될지는 연간 출생아 수 20만 명대가 이미 우리에게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만 놓고 보아도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출생아 수 20만 명대라는 사실은 출생아 수가 더 줄지 않는다 해도 인구 유출입이 없고 평균수명이 100세로 상승한다고 편의상 가정했을 때 총인구가 장기적으로 2000만 명대가 될 것임을 곧바로 시사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나 유엔 등에서도 2072년 3622만 명, 2100년 2185만 명으로 각각 전망하는 등 국내외 여러 기관에서도 우리나라의 장래인구가 급속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인구감소가 본격화됨에 따라 경제성장, 재정, 복지, 지방소멸, 국방 등 우리 사회의 각 방면에 걸친 광범위한 영향이 예상된다. 특히 인구감소와 이에 따라 가속화될 고령화가 과거 다른 나라에서 경험하지 못한 속도로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지 않을까 심각하게 우려된다. 국내 주요 연구기관이나 학계뿐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제기구 등에서도 장래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급속한 저출생과 고령화를 지목하면서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기도 하고, 일각에서는 인구감소로 인한 국가소멸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은 우리 사회가 과거 오랜 기간 - 특히 인구문제의 속성상 인구문제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이로 인한 경제, 사회적 영향이 아직 현실화되기 이전의 비교적 긴 기간 - 인구문제에 무관심했거나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데 대한 값비싼 대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구 문제에 있어서는 과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지금 이 시점부터라도 최선을 다해 대응하는 것이 그나마 현명하다는 점 또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늦으면 늦을수록 또 그 이상의 더욱 혹독하고 값비싼 대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바로 지금이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상 향후 인구 안정화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실질적인 마지막 기회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구구조를 보면 결혼·출산 등이 활발한 30대 인구가 향후 10년 정도인 대략 2030년대 전반까지 600만 명 이상을 유지하다 이후 급격하게 줄어들어 대략 현재의 출생아들이 30대가 되는 시점인 2050년대 중반에는 200만 명대까지 빠르게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30대 인구가 가파르게 줄어들기 이전인 앞으로 약 10년이 인구 안정화에 있어 결정적인 시기이다. 이 시기는 정책효과 측면에서뿐 아니라 향후 우리 사회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한 일정 규모의 인구 유지 차원에서도 다시 오지 않을 중요한 기회이다. 이 시기가 지나가기 전에 경제, 사회문화, 제도 등 우리 사회의 전 영역에 걸쳐 가능한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해 지속되는 출산율 하락세를 확실하게 상승 전환함과 아울러 출산율의 추세적인 상승을 이끌어 내야 한다.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상 출산율이 대체출산율 수준으로 상승한다 해도 상당기간 총인구의 감소는 불가피한 만큼 이러한 노력이 일부 기성세대에게는 노력만큼의 결실로 당장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는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지금의 청소년을 비롯한 미래세대에게는 그 몇 배의 아니 어떠한 노력으로도 얻을 수 없는 우리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최소한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임을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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