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22일 발사한 미사일이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평양에서 북동쪽으로 발사했는데 미사일 방향을 남쪽으로 돌려보면 탄착점은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를 겨냥한 것이라 주목된다. 이는 주요국 정상이 결집하는 대형 외교 행사를 앞두고 한반도의 주도권은 자신들에게 있다는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3일 전날 새로운 무기 체계인 극초음속비행체 두 발을 시험발사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미사일 기종이나 세부 제원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북한이 신형 극초음속비행체라고 언급한 것으로 미뤄볼 때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 등에서 공개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11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화성-11마는 탄두 부분이 원뿔형이 아닌 날개가 달린 비행체 형태의 글라이더형다. 북한이 공개한 해당 미사일도 화성-11마와 같은 극초음속 활공체의 외형을 보였다는 게 군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탄도미사일만큼 빠른 속도에 순항미사일만큼 낮은 비행고도를 결합하고 변칙 기동성까지 가능해 미사일 방어망을 회피할 수 있어 ‘게임 체인저’로도 불린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기본적으로 새로운 무기 체계 시험을 통해 고도화하는 자신들의 국방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사일 전문가들도 극초음속 미사일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라고 불리는 KN-23의 파생형인 화성-11마형의 경우에는 최고 고도가 50㎞ 미만이고 종말 활공비행 단계에서는 고도가 30㎞ 내외로 떨어져 정확한 탐지가 불가능하다”며 “남쪽에서 북쪽으로 쏘면 지구 곡률 때문에 (군이) 탐지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특성상 탐지 자체가 제한적이었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와 관련해 군 내부적으로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 공개된 극초음속활공체(HGV) 형상의 탄두를 장착한 ‘화성-11마형’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제원 분석을 실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북한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미사일 궤적에서 고도와 방향을 불규칙하게 바꾸는 변칙 기동이 우리 군에 의해 식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활강이 중요한 기준인데 400㎞ 수준에서 활강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김정은도 불참했고 발사 사진도 공개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미사일 시험이 정상 진행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했다.
손석락 공군참모총장도 이날 계룡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북한 측 발표와 우리 군 발표 간 사거리 차이에 대해 “우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고 그들은 글로 표현하는 부분이라 차이가 있다”며 북한의 일방적 주장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다만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불규칙한 비행궤적으로 요격이 어려운 단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성공한 것이다. 이는 남한의 대공 방어망 무력화를 시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평양 역포 구역에서 약 430㎞ 떨어져 있는 어랑읍 시가지와 공항 인근에 탄착 지점을 설정한 것은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시도한 것”이라며 “발사 지점과 경주까지의 거리는 460㎞로 비행거리를 통해 경주를 겨냥한 효과를 의도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