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홍선기는 지난 1983년 첫 전시회 주제로 자화상을 선택할 정도로 자신을 둘러싼 현실과 개인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다. 이러한 경향은 그의 작품의 근간을 이루며 이후에도 이어져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홍선기 작가가 31일부터 11월 10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분관(종로구 율곡로 3길 74-9)에서 ‘뒤집어진 캔버스 - 반전의 인물들’을 주제로 전시회를 개최한다.
홍 작가는 회화 작업에 천착하며 사회적 사건, 인간의 내면, 자전적 서사 등을 색조의 대비, 두꺼운 질감, 거친 표면 처리로 표현하고 있다. 그중 자전적 서사는 작가의 활동 초기부터 다뤄졌던 주제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는 자화상 작업의 연장선으로 인간의 심리적 혼돈을 시각화한다. 캔버스 뒷면에 얼굴을 배치하고 그 위로 캔버스의 틀을 중첩하는 구성은 그만의 조형적 수사법이다. 인물 위로 철창과 같은 나무 틀을 위치시킴으로써 사람이 갇혀 있는 것 같은 상황이 연출된다. 거칠게 마무리된 채색과 캔버스 테두리 위로 넘치며 흘러내리는 물감의 자국은 화면 속 인물이 분출하는 내면의 고통과 분노, 우울을 암시한다.
작가는 회화의 정형화된 언어를 해체하고 반전된 구성을 통해 낯설게 보는 방식을 제시함으로써 내면적 혼란과 변화의 순간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리고 관람자가 관심을 가지지 않는 캔버스 뒷면을 활용해 동일하면서도 다른 수많은 자화상을 표현해 심리적 갈등과 억눌린 감정을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환기하고 작가만의 개인적 경험을 공통적 경험으로 확장하려고 시도한다.
홍 작가는 전주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개인전과 단체전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개인전으로는 ‘홍선기 展’(연석산우송미술관, 2020)이 있고 주요 참여 단체전으로는‘리부트 : 잊혀진 시간을 찾아서-전북청년미술상 역대수상작가展’(유휴열미술관, 2020), ‘合, NETWORK’(중국 쑹좡예술국제미술관, 2018), ‘서는 땅, 피는 꽃’(전북도립미술관, 2018) 등이 있다. 대한민국 올해의 예술인상(2017), 전주시 예술상(미술 부문, 2016)을 수상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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