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대금 연동제도가 현장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면서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등으로부터 ‘제값 받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대기업으로부터 사들이는 원자재의 경우 잇따른 가격 인상 요구에 비싼 값을 치르고 있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주장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납품대금 연동제가 2023년 10월에 시행된 이후 건설사와 연동 계약을 체결한 중소 레미콘업체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서울경인레미콘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위탁기업과 수탁기업이 납품대금 연동을 아니하기로 합의한 경우에는 연동제를 적용하지 않아도 되게 돼 있어 현장에서는 대부분 연동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미연동 약정서를 체결하고 있다”며 “특히 대기업인 건설사와의 관계에서 중소레미콘 업체는 ‘을’일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연동제 약정을 요청하면 ‘거래 중단’ ‘거래 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건설사에 연동 약정 체결을 요청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위탁기업이 연동제 미적용 합의를 유도하는 행위에 대해 정부는 면밀하게 조사해야 하고 제도 예외조항에 대한 보완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전기료 등이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주물업계 등은 현재의 납품대금 연동제는 적용되더라도 별 소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전기료가 총 제조원가에서 점하는 비중이 10%가 훌쩍 넘지만 에너지 비용은 납품대금 연동제 적용대상인 원재료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업용 전기요금 급등으로 많은 주물업체들은 경영난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인쇄업계 등은 반대로 대기업의 제품 가격 인상에 시름하고 있다. 서울인쇄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인쇄업의 주 원재료인 종이는 소수의 대기업들이 원자재를 수입, 가공해 중소 제조업체에게 판매하고 있다”며 “특히 인쇄용지의 경우 3개사의 총생산량이 70~80%를 차지한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대기업들이 독과점 지위를 악용해 원자재 가격 또는 환율 상승 등을 이유로 거래 중소기업들에게 가격을 일방적으로, 1주일 간격으로 인상통보하는 패턴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