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전면 금지된 전손 침수차에 대한 수출재개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하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잔존가치가 있어 수출 가능한 부품까지 버려지고 있다는 찬성 주장과 국내로 다시 유통될 위험성이 있다는 반대 주장이 맞서면서다.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자동차 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재활용을 목적으로 한 전손 침수차 수출이 허용되도록 법 조항을 개정하는 게 골자다. 발의안은 “전손 침수차의 수출제한으로 인해 국내에서 침수차 처리가 지연되거나 유해물질 누출로 환경이 오염될 우려가 있다”며 “해외 주요국이 다른 나라로의 침수차 수출을 허용하는 상황에서 우리만 경제적 손실도 발생하고 있다”고 개정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전손 침수차란 침수로 인해 엔진·전자장비·실내 등 주요 부품 손상이 심각해 수리가 불가능한 상태가 된 차량을 뜻한다. 자동차관리법이 개정되면서 2023년 6월부터 전손 침수차와 해당 차량에 장착된 부품은 수출이 금지돼 있다. 침수차가 정상 차량으로 둔갑해 국내 중고차 시장에 다시 흘러 들어가는 일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에 따라 전손 침수차는 전손 처리 30일 이내에 의무 폐차돼왔다.
하지만 법안 시행 이후 재활용 업계를 중심으로 법안 재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손 침수차라 하더라도 일부 부품은 재판매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업계 관계자는 “전손 처리된 출시 1년 미만의 차량의 경우 전자장비를 제외한 내외장재 등 일부 부품은 잔존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연간 전손 침수차를 7000대 전후로 파악하고 있는데, 이를 동남아 등지에 수출하면 연간 수백억 원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도 크다. “잃을 게 더 많다”는 것이다. 전손 침수차가 국내 시장에 다시 유통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손 침수차는 전손 판정→번호판반납→차량폐기→등록말소의 과정을 거쳐 폐차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출을 빌미로 폐기되지 않고 서류조작 후 정상 차량으로 둔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전손 침수차는 시동 꺼짐, 화재, 긴급제동장치 오류 등 안전과 직결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며 “불법유통된 전손 침수차가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