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중국집에서의 딜레마다.
짜장면과 짬뽕이 각기 그 자체로 완벽한 음식들이기에 그렇다. 둘 중에 어느 한쪽이라도 더 나은 점이 있다면 선택을 지체할 필요가 없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지능형교통시스템(ITS) 분야에서 이러한 사태가 벌어졌다. 명백한 답이 있는데 선택을 하지 못하고 시간만 흘려보냈다. 무려 2년이다.
감사원은 최근 발표한 자율주행 인프라 구축실태 감사보고서를 통해,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의견 차이 때문에 2021년까지 자율주행을 위한 차량 통신방식을 결정하기로 한 계획이 2023년에서야 결정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국토부는 2014년부터 자율주행 기술 구현을 위한 지능형 교통체계인 C-ITS의 개발과 보급을 추진해왔는데 당시 유일한 통신기술이던 와이파이 방식을 적용해 시범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런데 2017년 C-ITS 통신에 적용할 수 있는 신기술로 LTE가 등장했고 국제표준 역시 LTE로 굳어지는 움직임이었다. 와이파이 보다 최대 유효 통신영역이 최소 2배 이상 넓고 혼잡‧비가시 상황에서의 통신 성능도 더 우수한 것이 주효했다.
과기정통부는 2020년부터 와이파이 방식보다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LTE 방식으로의 전환을 국토부에 제안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선택을 차일피일 미뤘다.
국토부의 입장도 이해가 가는 것이 와이파이 기반의 C-ITS는 이미 인프라가 상당 수준 올라와 있는 상태였다. LTE가 아무리 좋다고 한들 이를 송두리째 뒤집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간의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기업들과 관련 표준에 맞춰 제품 출시를 준비해 온 기업들은 무슨 죄인가.
그런데 당시 필자가 ITS 업계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는 어느 한쪽의 기술을 지지한다는 류의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엇이 됐든 정부가 빨리 결정을 해주는 게 더 낫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심지어 와이파이 기반 ITS를 영위해온 업체들도 LTE의 우위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기업들도 괜찮다는데, 국토부는 대체 누구의 눈치를 봤던 것인지 알 수 없다. 과기정통부와의 알력 다툼이라고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감사원의 분석이 정확한 대목이다.
기술의 발전이 워낙 빠르다보니, 정책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 아니다. 매우 비슷한 예로, 2014년 재난안전통신망의 기술 표준 채택을 두고 테트라(TETRA)와 PS-LTE가 경쟁했던 일이 있었다.
당시 구호기관에서 널리 쓰이고 있던 테트라는 기술적 우위가 확실한 PS-LTE 때문에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다시피 한 상태다.
이번 C-ITS 건과 차이점이라면, 당시 정부는 LTE 기반 재난망을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하는 등 나름 중심을 잡고 강력히 밀어부쳤다는 점이다. 그렇게 완성된 재난망은 현재 재난망을 도입하려는 여타 국가들에게 좋은 참조모델로 활용되고 있다.
증권가 격언으로, 경제계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악재가 아니라 불확실성이라 했다. 특히 ITS 분야는 시간을 버티는 것이 일인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부처간 신경전에 일이 추진되지 않으면 그것은 중소기업들에게 고스란히 비용으로 전가된다.
나라가 불확실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요즘이다. 또 어딘가에서 C-ITS처럼 잃어버린 시간이 생겨나고 있지는 않은 지, 언제쯤 산업을 이끌어 갈 강력한 리더십이 작동할 지, 안타까운 마음이다.